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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g Aug 28. 2018

세상 우울했던 생일

왜 나혼자 케익을 먹고 있지?

2018년 8월 13일.

독일에서 맞는 두번 째 생일이었다.

한국에 있는 동안 나에게 생일 당일은 큰 의미가 없었다. 친구들, 직장동료들, 가족들과는 서로 시간이 맞는 그 날에 생일파티를 주로 했었으니까. 생일날에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던 나였다. 한국에서는 지금 당장 전화하면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았고 평소에 지인들과 자주 만났기 때문에 늘 스케줄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작년에 독일에 와서 시간도 많고 지인들도 별로 없어 만날 사람도 없는 이 곳에 오니 오히려 여유로운 그 부분을 적응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 여유로움을 어떻게 내 삶으로 가져와야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도 여전히 나에게 숙제다. 



티라미수 크림 케익

독일에서는 한국식 케익을 접하기가 정말 어렵다. 그런데 어학원 앞 큰 마트에 입점해있는 카페에 진짜 예쁜 타르트와 케익들이 즐비해있었다. 한국에서는 먹고 싶으면 그냥 사먹었지만 여기서는 3-4유로짜리도 두번 생각한다. 처음 발견한 순간부터 먹어보고 싶었지만 생일날 먹어보기로 스스로 약속했다. 드디어 8월 13일. 학원 수업 후 바로 카페로 직행했다. 제일 맛있게 보이는 케익 두 조각을 사들고 신나게 집으로 향했다. 커피랑 같이 먹으려고 모카포트에 커피도 내리고 케익도 예쁘게 접시에 세팅한 후 한 입 먹는데 정말 맛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달지 않아서 더 좋았고 무엇보다도 부드러운 생크림이 한국에서 먹던 케익 맛을 더 생각나게 했다. 티라미수 한 입, 블루베리 한 입. 번갈아 가며 먹는데 절반쯤 먹었을 때 문득 '나 혼자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엄마, 아빠, 친구들이 생각나기 시작하면서 외로움이 너무 순식간에 나에게 왔다. 평소에도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그리웠는데 그 날 만큼은 100배는 더 그리웠었다. 독일에서 만난 친구들한테 연락을 할까? 싶기도 했지만 왠지 그것도 내키지 않아서 그만 뒀다. 케익 두 조각은 한번에 먹기 좀 힘들었다. 처음엔 맛있었는데 다 먹어갈 수록 너무 느끼하고 달지 않아서인지 금방 질렸다. 



생일이 빨리 지나가길 바랬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빨리 12시가 되서 보통날이 되버렸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누군가의 연락도 그 어떤 선물도 그 날 만큼은 나를 위로해주지 못했다. 나는 그냥 같이 있어줄 사람이 필요했었다. 나의 생일은 거하게 챙겨주지 않아도 선물을 주지 않아도 그냥 나랑 같이 있어줄 사람. 그걸로 족했을 것 같다. 


그 때 느꼈다. 

나도 이렇게나 외로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바쁨에 묻혀 외로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동안 크게 못느끼고 살았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리고 그땐 모든 상황, 감정들이 싫었는데 그걸 경험하고 나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음 번에 외로움이 또 찾아온다면 다른 마음으로 잘 받아줄 수 있을까? 이렇게 또 나를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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