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여행기라기보다, 여행지에서의 철학적 망상에 가까울 것이다.
사람은 참으로 어렵다.
특히나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크나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만나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스트레스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어쨌든 사람을 만나는 것은, 사람과 함께 오는 스트레스를 함께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슬픈 사실 중 하나는 사람을 만나는 게 그리 힘든 일이지만, 나는 계속해서 사람을 갈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만나는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끊임없이 갈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관심과 애정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게서 오는 스트레스는 나의 이 욕구에서 시작하는 것만 같다. 사람을 만나면 그에게 인정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다. 그러나 어디 타인이 내게 관심을 줄 것인가가 확실한 것인가?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는 항상 너무나 불확실하다.
이러한 사실(Aspect)은 너무 가슴이 아픈 사실(Fact)이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스트레스다. 상대가 내게 관심과 애정을 줄 것인가가 너무나 불확실하니 너무나 불안한 것이다.
상대를 만날 때면 상대가 날 오해할 것만 같고, 날 싫어할 것만 같고, 날 불편해할 것만 같은 걱정이 날 조이고 만다.
여행기간 동안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많은 얘기를 했다. 다시 보자고 정한 약속 없이도, 우연히 인도 어느 곳에서 다시 만난 사람도 많다. 통성명도 하지 않았기에, 이름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어느 불편도 없었고, 순간은 즐거웠다. 다시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순간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심리적 강박감)이 없으니 해소된 것이다.
나는 참 많이도 관계를 바랐다.
항상 너에게 난 무엇인가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인가가 돼야만 할 것 같았다. 너와 내가 어떤 '관계'가 되리라 생각하니 자연스레 사랑도 원했으나, 사랑이 오리란 확신은 없었다.
그리고 확신이 없으니, 난 늘 불안감에 떨어야만 했다.
관계에 대한 집착이 만드는 불안
여행 중에 관계에 대한 집착이 없어지자 자연스레 자유로워졌다.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 나는 정말 자유로웠다. 내가 그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또 어떤가? 우린 다시 보지 않을 사람이니 나는 아무렇지 않은 것이다. 너의 애정을 갈구하지 않는 나는 너를 위한 나만을 보여줄 필요가 없었다.
때로 나는, 아니 우린 관계로서의 사람이 아닌, 그냥 사람 자체가 필요할지 모른다. 적어도 나는 관계로서의 상대가 아닌, 사람 그 자체로서의 상대를 만날 때 더 자유롭다.
결국 만난 누군가는 나의 삶으로 들어와 나와의 관계가 될지 모른다. 그리고 그때 난 다시 불안해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는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만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다.
- 2016년 1월 어느 날 인도의 어딘가에서 쓰고, 2016년 9월 20일 새벽 한국에서 고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