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료는는 조금 독특한 구석이 있었다.
업무적으로는 워낙 철두철미하고 완벽하게 처리해냈기에 상사에게는 믿음직한 후배,
또래 사이에서는 배울점많은 동료라는 생각을 하게 했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나 예민한 주제에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여 가까워지기는 어려운 동료였다.
그리고 그게 전부였다. 누구도 그녀에 대해 뒷담을 한 적은 없었다.
문제는 갑자기 터졌다. 어느 날 부턴가 그녀가 입을 닫아버린 것이다.
인사를 할려고 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 화가 난 것처럼 말을 하지 않아서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면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어디가 안좋냐고 물어보면 '그냥'이라는 무성의한 대답만 돌아왔다.
시끌벅적하다가도 굳은 얼굴의 한 사람이 있으니 늘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각자가 자기의 잘못을 돌이켜보고, 대화도 시도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도 해봤지만 결국은
'그 동료가 우리 손을 놓아버린 것'이라며 고개를 저으며, 그녀와의 관계를 포기해버렸다.
그런데 몇달 뒤 그녀가 한 후배를 불러서는,
'모두가 나를 싫어하고 무시하는거 아는데 그 이유를 몰라 너무 힘들다, 제발 말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알고보니 그녀는 한 명 한 명이 내뱉은 의미없는 농담들, 정황들, 여러가지 것들을 엮어 '동료들이 나를 불편해하고 싫어한다' 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점차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내 험담을 한다'는 확신으로 변했고 이제는 '그 이유를 알아야겠다'는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모두가 그녀를 싫어한다고 믿는 몇 가지 근거를 들어보니 그다지 납득이 되지 않는 이야기들 뿐이었다.
끝까지 그녀가 믿는 진실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납득시키지 못한 후배는 쩔쩔매다가 돌아왔고,
우리들은 뒤에서 욕하는 가식적인 동료가 되어 있었다.
관계 속에서 우리가 믿는 것들은 과연 얼마만큼의 진실을 포함할까?
나 또한 그녀가 먼저 우리를 거부했다는 믿음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적잖이 놀랐다.
그녀는 아무도 건네지 않은 직장내 따돌림 스트레스를 혼자 짊어진 채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우리는 얼마나 타인의 말 한마디, 행동들을 얼마나 왜곡하고, 곡해하며 스스로를 고통주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각자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는 것들을 믿고 있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