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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작가 Sep 18. 2016

이상한 세상에서 괴짜로 살기

내가 떠나는 이유 #02 헤세처럼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게.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만들었다면 스스로 타조가 되려고해서는 안돼.
자넨 이따금 자신을 괴짜라 여기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간다고 스스로를 비난하지.
그런 짓은 말아야 해.
불꽃을 들여다보게. 구름을 올려다보게.
예감들이 나타나면, 영혼 안에서 목소리가 말을 시작하면 그 소리에 자신을 완전히 내맡기고,
그것이 선생님이나 아버지 또는 그 어떤 신에게 어울리는 일일까 묻지 말게!

-헤르만 헤세, '데미안'





갓 이십 대에 들어섰을 때, 우리는 서른을 꿈꿨다.


미지의 서른을 꿈꾸는 일은

철없는 우리에게 최고의 안주거리이자 각성제였다.


몇 년 후, 몇 번의 고배 끝에

꿈꾸던 회사 중 한 곳에 운 좋게 합격했다.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일 년 가까이 인턴을 하고

철야에 시달려도

어디엔가 내 자리가 있는게 좋았다.
아침마다 숨막히는 버스에 묻혀도 마음이 편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으니까.


나를 좋게 봐주신 상사 덕분에

꾸역꾸역 오 년을 버텼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 삶이,

아니 내가 속한 세상이 나는 이상했다.


회사에서 하루의 8할 이상을 보내고

화를 내거나 화를 참는 데

대부분의 감정을 소모하는 것이,

하고싶은 말을 꾹 누르다

어느 순간 내 의견이 뭔지도 알 수 없어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늘 미간에 주름이 잡혀있는 내 얼굴이.

선배들을 보니 적어도 5년 후,

10년 후도 변함이 없을 것 같았다-

어깨가 좀 더 무거워진다는 것 빼고는.


개인의 성장과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안정.

이 두 가지가 다른 수많은 모순들을

정당화할 수 있는 걸까?


다들 지금 이 순간이 아닌
30년, 40년 후를 살고 있다.
매일 30센치 앞 모니터만 보면서 말이다.

그들에게 참을성 없는 인간, 사회부적응자, 괴짜...

여튼 그런 부류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두려웠다.

안정된 직장에 괜찮은 사람과 결혼해

때로는 찌그덕거려도 평범하고 소소한 삶,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는 내가 싫다기보다 불편했다.

하지만, 점차 그 불편함에 익숙해지고

무뎌지는 내가 더 공포스러웠다.


이런 내게 누군가는 말했다.


밥 먹기 싫다고 안 먹어?

그냥 먹잖아. 살려고.

일하기 싫다고 안 해?

그냥 하는 거야. 그래야 살아갈 수 있으니까.

왜 해야해서 해야하는 일에

의문을 가지고 감정과 에너지를 소모해,

바보같지 않아?


아, 그게 진정 너의 삶이라면 진심으로 부럽다.

'work'모드로 전환하는 순간 요동치는

내 감정의 퓨즈도 뚝 끊어지면 참 좋겠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이 세상 살아가기 한 결 수월했을 것이다.

슬프게도 나는 그렇지 못하다.


울고 있는 내게 또 다른 누군가는 말했다.


관계가 보이니?

사랑이, 행복이 보여?

보이지 않는 것들이 인간에게 가장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보이는 것에만 목을 맬까.


현실, 현실적인 삶이라는 게 뭘까?

안정적인 삶이라는 건 대체 뭐고?

표면적으로 불안정해 보이는 선택,

비현실적인것같은 선택이

너의 영혼을 위해서는

가장 안정적인 선택일지도 몰라.




서른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아직, 미지의 서른이 나를 기다린다.

누군가에게는 마흔,

누군가에게는 쉰이 그러하리라.

내게 어울리는 옷이 무엇인지,

내가 어디로 가야할 지

조금은 더 잘 알고 있을 그 날의 나.


지금의 나를 만나면 꼭 안아줄 수 있게,

나는 좀 더 멋진 서른이 되고 싶다.


나는 그래서 떠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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