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작가 Sep 17. 2016

퇴사 과정에서 마주한 불편한 진실

내가 떠나는 이유 #01 빨간 약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이런 말을 한다.


파란 약을 먹으면,
이 스토리는 여기서 끝난다.
침대에서 깨어나,
믿고싶은 것을 믿게 돼.
빨간 약을 먹으면,
이상한 나라에 남아 끝까지 가게 돼.
난 진실만을 제안한다.

나에게 퇴사란 '빨간 약'이었다.
매일 아침 깨어나 이것이 어른의 삶이자

현실이라고 믿는 일상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믿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머릿속으로만 되뇌던
'퇴사'라는 단어를 세상 밖으로 꺼내는 순간부터
나는 새로운 관문을 마주해야 했다.

'계획도 없이 어쩌려고?'
'원래 그 땐 다 그래. 조금 더 참아봐'
'너, 참 이기적이다.'

매일 다른 이들에게 받는 같은 질문 앞에서
처음에는 온갖 있어보이는 계획들을 늘어놓으며,
나의 퇴사를 이십대 끝자락의 폼나는 도전으로

포장하려 애썼다.

그러나 이십 대의 반, 그 밤과 낮 전체를
사무실 한 귀퉁이에서 보내고

겨우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발을 딛는 게
이렇게 구구절절한 이유와 계획을

늘어놓아야 하는 일인가 싶어
어느 날부턴가 변명은 그만두었다.

굳은 결심을 하고 겨우 지른 퇴사였음에도
걱정과 회유, 원망섞인 그들의 말에
나는 한동안 검은 잉크를 엎지른 듯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죄책감으로 몸부림쳐야했다.


정말로 무언가 시도하려 할 때 우리를 붙잡는 것은 누구도 아닌 가족과 동료, 의지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의지하고 사랑하는 이들의 말은

우리를 격하게 흔든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밖에 없다.


정말, 이 길이 옳다고 믿는가?


내 신념은 이 길이 옳다고 말했지만,

그와 더불어 보란 듯 성공해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였다.

하지만, 타인들이 말하는 성공에 과연
진짜 나라는 사람이 원하는 게 있던가?

모두가 납득할만한 성공이

나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가?

나는 타인을 설득시킬만한 이유도,
설득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내가 설득해야 할 사람은 오직 자신 뿐이다.


퇴사 과정에서 알게된 것은-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이 가장 설레지 않는가.
누구도 아닌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삶.

나는 언제 진짜 '나'로 살아보았던가?

나는 도전으로 지금보다 조금 더 외로워질 것이고,

힘들다고 누군가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울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한 선택의 의미를 계속해서 찾아가는 것, 

그리고 옳은 선택으로 만들어 갈 뿐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