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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박씨 Jul 16. 2024

프롤로그

넷째의 등장

‘헉! 두줄인데?’


예상이나 했을까. 도와줄 가족 한 명이 없는 오레곤의 시골 도시, 밴드. 재하, 재인, 로하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스박씨의 가족에게 그동안의 난관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건이 찾아오게 된다.




’ 아내가 넷째를 갖게 되었다.‘


한스박씨는 이제 좀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유유자적한 육아생활을 머릿속에 그린다. 쌍둥이인 로하와 재인이를 4살의 반열에 올려놓으니 독립시킨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지난주 몸을 좀 만들어보겠다며 아내 현정은 호기롭게 피트니스 센터 1년권을 끊는다. 머릿속은 이미 결혼 전 몸매로 돌아가 ‘너무 말랐어요!’를 밥먹듯이 듣던 시기를 회상한다.

신은 왜 우리에게 이리 가혹할까. 이 여유를 일 년 혹은 한 달 만이라도 주었다면 ‘가혹’이라는 말까지는 꺼내지 않았을지도.


1주일 후, 현정의 손에 두줄이 아로시 새겨진 임테기가 들여있음을 한스박씨는 목도한다.




F인 현정이는 침대에 드러눕고, 비교적 T인 한스박씨는 뇌의 모든 가용범위를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자. 넷째가 태어나면 첫째 재하는 7살이 될 것이고, 쌍둥이인 재인이, 로하는 5살이 되겠지? 재하는 1학년이 될 거야. 둥이들은 프리스쿨을 갈 거고… 우리는 차가 한대. 난 일을 가야 하고, 내니를 쓸 상황은 아닌데… 될까?’


그렇게 뫼비우스의 띠 마냥 생각의 끈은 며칠 동안 돌고 돈다. 감정과 이성 사이의 줄다리기로 둘을 가열하게 몰아넣는다. 그 와중에도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세명의 아이들은 천진난만 그 자체. 한스박씨는 ‘정신 차려. 얘들아. 그럴 때가 아니야… 우리 X 됐어.’라고 하고 싶지만 참기로 한다.



일단 둘은 이러한 ‘비상’한 상황이 둘 안에서 정리가 되기 전까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기로 했다. 현정은 몸의 이상을 느꼈을 때가 임신 3주 정도. 지난 임신을 통해 무한 입덧의 세계를 경험한 현정의 가장 큰 두려움은 또 반복될 입덧의 굴레.


‘부모님께는 알려야 하지 않을까?’


F의 마음을 알 리 없는 한스박씨. 일단 오랜 설득과 실랑이, 대화와 나무람, 희망과 절망사이 어디쯤에서 한스박씨가 ‘더욱‘ 잘하는 것으로 1차 갈무리가 지어졌다. 한스박씨는 더 잘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는 하는 걸까? 현정은 그런 한스박씨가 정말 잘할 거라 생각하고 절망보다 희망 쪽으로 마음을 선회한 것일까. 일단 그들의 선택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기로 하자.



바다 넘어 오랜만에 들려온 넷째에 대한 소식은 가족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마치 나가서 사고 치고 들어온 철부지 아들 느낌이랄까? 40이 된 나이에 느낄 기분은 아닌 것 같은데… 한스박씨의 마음에 묘한 오기, 좋게 말해 도전 정신 같은 것이 생긴다.


완주만 해도 1등으로 취급받는 마라톤의 시작점에 서있는 기분.

오늘 별로 힘든 일이 없었는데 모두가 날 늘 힘든 사람으로 여겨줄 듯한 기분.

약속 시간에 늦으면 언제는 나에겐 모든 사람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한 카드가 들려있는 듯한 기분.

’ 당신의 개인기는 무엇인가요?‘ 물으면 ’ 육아입니다!‘ 당당히 말할 수 있고, 모두가 개인기로 인정해 줄 것 같은 기분.


그렇게 한스박씨, 현정, 세명의 원숭이들은 다가올 미래를 아는지 모르는지 새 식구를 맞기 위한 출발선에 섰다.


늦둥이의 탄생. 그 서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시절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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