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03
#304
한국에 도착한 지 3일째 되는 날 새벽,
시차적응이 아직 덜 된 우리는 4시 반쯤 하나둘씩 깨어났다.
‘아빠 배고파.’
첫째 노아가 소리쳤다.
어제도, 그제도 우리는 새벽에 일어나
허기를 달래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깨어난 곳은,
강원도 속초 아내 외할머니 댁.
주변에 편의점은 있지만, 지금 시간 문을 연 곳은 없다.
나는 검색창에 ‘속초 일출 명소’를 검색했다.
20분 운전해 가면 일출 전망대와 수산시장이 있었다.
‘나가자.’
나는 아이들을 달래 다시 재우려고 애쓰는 아내에게 말했다.
정말이지 이 상황에선 나가는 게 답이었다.
무엇보다 거실에서 주무시는 할머니를 이른 시간에 깨우기 싫었다.
그렇게 우리는 여름새벽, 따뜻한 공기와 바닷바람을 헤치며
속초 바다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향했다.
비록 구름이 잔뜩 낀 날이라 떠오르는 해는 보지 못했지만,
저 멀리 설악산과 울산 바위가 보이는 탁 트인 바다는
여전히 우리를 설레게 하는 묘한 힘이 있었다.
우리는 어제 그제 장사를 못했다며 새벽부터 문을 연 튀김가게에서 튀김을 종류별로 잔뜩 사들고는 튀김가게 이모님이 추천해 준 횟집에서 방금 경매로 사 온 싱싱한 회를 잔뜩 떠다가 할머니 할아버지 아침상을 차려 드리러 집으로 다시 발검음을 옮겼다.
몸은 피곤했지만, 새로운 것들을 잔뜩 경험해 너무 행복한 2시간이었다.
돈주고도 살 수 없는 이 값진 경험은 ‘배고파’와 ‘나가자’ 두 마디로 시작되었다.
오늘 경험은 분명 다른 날 다른 곳에서 겪게 될 또 다른 경험과 섞이여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힘이 될 것이다.
창조의 힘은 바로 ‘경험과 경험이 만나는 연결점’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 놀라운 연결점의 근원은 ‘배고파’와 ‘나가자’에서 시작된다.
배고픈 사람이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나가는 사람, 즉 행동하는 사람이 경험과 경험을 이을 수 있다.
나가자. 배고픔을 안고 오늘 또 나가자.
떠오르는 해는 보지 못해도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잔뜩 품고 돌아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