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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마 Jan 21. 2021

어머니의 편지를 받아보신 적 있나요?

서평 : <너라는 청춘>(김성희 지음)을 읽고.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며 책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편지를 좋아한다. '선물에 편지가 없다면 그것은 선물을 준 게 아니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편지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편지가 고가의 선물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사람의 마음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첫 취준생 시절 어머니께 편지를 써달라고 졸라서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매번 듣는 탈락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인지 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고향이 그리웠고, 갈 수 없는 마음에 편지를 써달라고 졸랐다. 비록 이메일로 전달받은 편지였지만 내게는 손편지 못지않게 귀중한 선물이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힘들 때면 열어보곤 했었다.


OO 이에게 보내는 편지 2019.2.27
요즘은 네 목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네가 고민하고 있는지를 확연하게 느끼게 된다.
많이 힘들구나. 무거워진 네 어깨를 바라보는 나도 이렇게 마음이 시려오니 말이다.
너뿐 아니라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겪는 사회진출의 어려움은 우리 시대에는 없던 일이라 네가 얼마나 힘든지를 엄마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살아오면서 느꼈던 많은 힘든 시간들이 있었다.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나 나름의 바른 결정들을 내리느라 혼자 헤매던 시간들이 다시금 생각나네. 때론 사랑에 관한 것이었고, 때론 나의 길에 대한 것일 때도 있고, 때론 나의 가족에 관한 것일 때도 있었지. 그때 내가 한 선택 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이겠지. 어떤 선택은 내가 그리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생각할 때 늘 뒤에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자신이 없어 포기했던 일들이 그러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선택 들은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너무도 크게 느껴졌던 일들이 지금 보면 달리 느껴지는 것도 참 많구나.



그리고 여기 나의 어머니가 그러했듯 어머니의 마음을 잘 담아낸 편지이자, 책이 있다. <너라는 청춘>(김성희 지음)은 아들을 고등학교때부터 기숙사로 떠나보낸 한 엄마가 그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책이다. 담담하게 자신의 마음을 잘 담아낸 이 책은 비단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자식을 둔 부모님도 읽어볼 만한 좋은 책이다. 책은 총 216페이지로 '1장_삶은 네 몫이다'를 시작으로 '5장_네 인생 참 예쁘다'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량도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책의 크기가 크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중에도 편하게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다.
출처 : 알라딘

책 <너라는 청춘>은 스피치 강사이자, 작가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인 김성희 작가님이 그의 아들에게 쓴 편지를 모은 책이다. 저자는 아이를 고등학교에 진학시키며 기숙사로 떠나보게 되었다. 다른 엄마들은 자식을 대학에 보낼쯔음 되어서야 타지에 보내게 되는 데, 그런 엄마들보다 더 빨리 아들과의 때 아닌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안부를 묻는 문자로 시작해,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과 관련된 생각을 적어 보내기 시작했다. 저자의 아들은 신기하게도 그런 편지를 자신의 친구들과 공유했다. 아이의 다른 친구들은 처음에 그런 편지가 오는 것을 보고는 마마보이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아들의 친구들이 편지가 안 오냐고 물을 만큼 그 편지에 빠져들었다.

공부보다 값진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부모의 마음을 느끼며 자신만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랐던 저자의 마음이 전해져서 일지도 모른다.




어둠을 그리려면 빛을, 빛을 그리려면 어둠을 그려야 하지요 - Bob Ross

90년대 초반생에게는 '어때요, 참 쉽죠?'로 잘 알려진 밥 로스(통칭 밥 아저씨)는 아내를 여의고 한 첫 방송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둠을 그리려면 빛을 그려야 하지요. 빛을 그리려면 어둠을 그려야 하고요. 어둠과 빛, 빛과 어둠이 그림 속에서 반복됩니다. 빛 안에서 빛을 그리면 아무것도 없지요. 어둠 속에서 어둠을 그려도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꼭 인생 같지요. 슬플 때가 있어야 즐거울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좋을 때가 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 The Joy of Painting에서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그의 아들에게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쓴다. 1장의 '양지와 음지 사이' 파트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동환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음지가 있을 때가 있고, 양지가 있을 때가 있다. 사람은 어려운 일이 닥치면 무의식적으로 밝은 곳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단다. 인생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까? 어떤 빛과 어둠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태어날 때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지만, 그다음엔 학교에서 경험을 얻어 자기만의 인생을, 자기만의 빛과 어둠을 만든다.
....

동환아, 인생은 밝은 곳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둠도 있고 밝음도 있다. 인생을 가다 보면 새로운 길에 도전할 수도 있다. 설사 그곳이 어둡고 앞이 보이지 않는 곳이라도 기꺼이 찾아보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어둠이 두렵다고 밝은 빛만 찾다 보면 너만의 인생을 찾을 수 없다.

....



첫 사회생활을 1년 8개월 만에 청산하고 퇴준생이 되었다. 첫 1-2달은 마냥 행복했었다. 만나지 못했던 이들을 만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보냈던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여느 취준생이 그렇듯 불안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잠시 멈춰있는 시간이지만 그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느덧 나는 어둠 속에 머물러 있었다.

요즘 내 주변에는 나도 물론이거니와, 어둠 속에 머무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로 인해 취업시장의 문을 두들기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열지 못하는 이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조차 못해보고 사회에 나가 하루하루 이어나가는 출근 연명 생활에 지친 이들. 이렇듯 실패 앞에 좌절하며 어둠 속에 있는 이들에게 저자가 쓴 위 내용을 꼭 전해주고 싶다.

천장이 있는 높은 방에서 탁자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남자 그림출처 : WE ART, 세상의 모든 그림(wart.or.kr)

빛의 화가 렘브란트의 작품을 생각해본다. 그의 작품에는 환하게 빛나는 부분을 위해 많은 부분이 어둠으로 그려져 있다. 그렇기에 그 빛이 더 빛나는 것이다.


밥 아저씨의 명언, 그리고 책 속의 이야기를 보며 위로를 받는다. 지금 나는, 그리고 우리는 빛으로 향하기 위해 어둠에 머무는 것이다. 어둠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빛을 그리고 있다.


이 어둠을 견뎌낸다면 그 어둠보다 훨씬 밝은 빛이 있을 것이다. 어둠을 더 많이 그려온 만큼 그 빛은 더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오늘 하루쯤 스스로에게 말해주자. 나는 지금 빛을 그리고 있노라고.



어머니에게도 어머니가 있었다.

저자는 친구와 함께 친구의 어머니를 모시는 요양원으로 향한다. 한적한 시골길에 들어서 고향의 냄새를 느끼기도 잠깐, 요양원 속의 다른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어린아이가 되어 화려한 꼬까옷을 입으면 서로 질투를 내는 어르신들의 모습. 자식들의 밥을 차리고 밥상에 앉아 기다리던 모습이 아니라, 누군가가 해준 밥을 기다리는 어린아이 같은 어르신들의 모습.

외부와의 연결이 모두 끊어진 채, 새로운 세상 속에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치매를 앓았던 자신의 외증조모를 떠올린다. 그런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머물던 곳을 떠나 새로운 세상 속에 놓인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그저 그 곳에서는 행복할 수 있기를 빌어주는 것뿐이었다.



시간 여행이 멈춘 곳에서 할머니들은 가장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그때가 언제였을까? 할머니들도 부모님과 행복했을 어린 날을 기억해 내고 행복해하지 않으셨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들의 표정에는 당신들만의 세상이 보인다. 또 다른 세상 속에서 부디 행복하시기를....

동환아, 오늘따라 할머니가 그립다.



어머니는 그런 존재인가 보다, 이 세상이 모두 등 돌려도 내 편이어 줄 것만 같은 사람. 그런 나의 어머니에게도 어머니가 있었다.

외할머니를 먼 길에 모셔다 드리던 순간이 생각난다. 이른 아침 소식을 듣고 찾아간 요양병원에 외할머니는 먼 길 떠날 채비를 끝내시고 곤히 잠들어 계셨다. 그런 외할머니의 모습 앞에서 어머니는 지금 막 어머니의 뱃속을 떠나 세상에 나온 어린아이처럼 우셨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나는 가끔 식탁에 앉아 어머니에게 묻곤 한다.

"엄마,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어?"
"그럼 엄마도 늘 엄마가 보고 싶지. 생각도 많이 나고."


아직 자식을 가져보지도, 결혼을 하지도 않아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그 삶을 이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들은 자식을 갖는 순간부터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마음속 깊이 묻어두고 자식에 대한 사랑을 한껏 끌어올려 그것으로 살아간다. 그렇지만 마음속 깊이 묻어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늘 함께했을 것이다.


좋은 옷, 좋은 여행, 좋은 물건, 맛있는 음식... 자식이 되어 부모님에게 해드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다.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렇게 내 마음을 표현해 주는 것이 부모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깊은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잊게 해주지 않을까?

평소 바쁜 생활로 메시지 하나 못했다면 오늘은 메시지를, 전화는 자주 했지만 마음을 표현하지는 못했다면 사랑한다는 한마디를, 오늘만큼은 전할 수 있는 하루가 될 수 있기를 빌어 본다.

사랑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누군가의 부모님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자식인 나의 부모님에게 자식으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작지만 큰 것이 아닐까?

끝마치며

책에는 내가 적은 내용 이외에도 삶을 살아갈 때 중요시 여겼으면 하는 것들,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지 등 어머니로써 자식에게 해주고 싶은 많은 말들이 담겨 있다. 책을 읽는 독자가 자식이라면 어머니의 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책을 읽는 독자가 부모님이라면 내 자식에게 그런 말을 전해주고 싶을지도 모른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담담-해지며 생각에 잠기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잠시 담담-하게 마음을 느끼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어떤 책을 받아 그 책을 읽고 서평을 적어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과연 도움이 될만한 서평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음에는 좀 더 발전한 서평을 쓸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오늘도 많이 모자란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하노마 드림.


Main Photo by Andrew Dunst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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