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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마 Oct 17. 2021

할 게 산더미인데, 글은 써야겠고...


고난의 시기에 동요하지 않는 , 이것은 진정 칭찬받을 만한 뛰어난 인물의 증거다.

- 베토벤



고난의 연속이다. 할 일은 산더미인데 줄어들지 않는다. 곧 있을 면접도 준비해야 하고 큰맘 먹고 가입한 스터디 과제도 제출해야 한다. 책도 읽어야 하고 서평도 써야 한다. 그런데 얄밉게 왜 꼭 이럴 때에만 글이 쓰고 싶은 걸까, 그래서 일단 동요하지 않고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요 며칠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던 글쓰기를 오늘은 기필코 끝내겠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브런치를 켰다.


취업준비생의 일상은 특별하지 않다. 늘 그렇듯 공들여 제출한 자소서는 안타까운 귀하의 소식으로 돌아오고, 가끔 지난 면접이 떠올라 잠 못 드는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운동은 빼먹지 않으려 하고 있다.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보다는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일 수밖에 없는 이 환경에서, 내게 운동은 하루를 이끌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글쓰기는 내게 또 다른 힘을 준다. 정확히 말하면 힘보다는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두었던 우울과 힘듦, 슬픔과 같은 감정을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이 된다. 브런치 채널을 이전과 다르게 새로운 용도로 쓰기 시작하면서 감정을 내려놓는 글을 쉽사리 쓰지 못했다. 이런 글이 담긴 공간이 되면 안 될 것만 같았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라고 말하며 글을 써 내려갔던 순간도 있었는 데 생각보다 사람은 간사하다.


베토벤은 청력이 치유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가족에게 유서를 썼다고 한다. 이 유서가 써지고 난 후에서야, 베토벤은 비로소 자신만의 음악을 완성했다고 한다. "고난의 시기에 동요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 칭찬받아 마땅한 뛰어난 인물의 증거이다."라고 말했던 그마저도 고난 앞에서 인생을 내려놓으려고 했다. 글의 힘일까, 감정을 정리해나간 그 순간의 힘일까, 그 이유는 베토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도 어쩌면 자신의 고난을 글로 내려놓고 나서야 비로소 그 고난을 받아들이고 이겨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할게 산더미지만 글을 써본다. 베토벤이 그랬던 것처럼 죽음을 생각해야 할 만큼의 큰 고난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고난을 짧게라도 써 내려가야만 할 것 같았다. 글을 쓰고 나서 베토벤처럼 인생의 큰 무언가를 이루기를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오늘만큼은 켜켜이 쌓아두었던 이 감정들을 내려놓아야 할 것 같았다.


할 게 산더미인데 오늘만큼은 글을 써야 했다.



며칠간 쌓아둔 작가의 서랍을 보니 오늘만큼은 스스로에게 솔직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분명 무언가 우울한데, 우울감을 털어내지는 못하는 이 상황을 해결할 것 같았거든요. 어쩌면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글이 그런 것처럼, 고난은 저마다의 것입니다. 이 글을 써 내려가며 '참 작은 일인 것 같은데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렇게 커졌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의 고난을 쉽사리 재단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오늘 다시 한번 해봅니다.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추위는 우울증과도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추운 날씨에도 햇볕을 보는 일상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그럼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노마 드림.

Main Photo by Nik Shuliahi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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