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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데 May 06. 2020

O.K. 남편

여보, 나 좋은 며느리인 거 같아?


지금 내가 잘하고 있나 궁금해서 문득 물었다.

그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네. 좋은 며느리야.”


“왜?”

의아해서 다시 물었다.


“좋은 아내거든.”

그의 대답은 거의 망설임이 없었다.


“내가?”

그러나, 나는 그의 대답에 자주 놀란다. 별로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득, 본인에 대한 생각도 궁금해져서 또 물었다.  


“그럼 당신은 좋은 남편인 거 같아?”

처음으로 머뭇거린다.


“음.. 모르겠어.”

“왜?”

“그냥 지금은 O.K. 남편인 거 같아. 그런데 좋은 남편이 곧 되길 항상 바라고 있고 느리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해. 나는 좋은 남편이 되고 싶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세상 다정한 표정으로 좋은 남편이 될 거라는 모습에 또 궁금한 게 생겼다.


“그럼 당신은 좋은 사위인 거 같아?”

이번에도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응!!”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좋은 사람, 좋은 친구, 좋은 아내, 좋은 남편, 좋은 자녀, 그런 거 말이다.

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무엇이 좋은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은 항상 있었다.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것을 나누는 것인가?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인가?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인가?

단순히 성격이 잘 맞으면 되는 것인가?

좋은 사람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람인가?

진심으로 서슴없이 조언한다면 좋은 사람인가?

그냥 단순히 궁금해서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위란, 장인 장모님께 안부 전화도 잘하고 함께 할 때는 살갑게 굴면서 대화도 많이 하고 때마다 선물도 잘 챙기는데 이 모든 것들이 마음에 우러나오는 것으로 꽤 구체적인 모델이었다.

언어의 장벽도 있고 낯가림도 있는 그이기에 좋은 사위와는 좀 거리가 있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왜 당신이 좋은 사위라고 생각하느냐 물었다.


사위가 제일 열심히 해야 하는 건 장모님 딸을 열심히 사랑하는 것이고

본인은 다른 건 몰라도 그것 만큼은 너무너무 잘하고 있어서 분명히 좋은 사위라고.


이런 생각은 내가 낳은 자식이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라고만 생각했다.

고정관념에 자주 막히고 다소 부정적인 내 생각이 남편 생각을 가끔씩 만나줘야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남편은 그,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국에 가면 아버지가 잠드실 때까지 이해도 안 되는 한국 드라마 옆에서 꼭 끝까지 같이 시청한다.

그러다 한 두 단어라도 아는 단어 나오면 좋아하고 새로운 단어는 또 외워서 써먹기도 한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맛집 탐방 함께 다니는 거 좋아하고 가끔은 카운터에서 먼저 계산하겠다고 아버지랑 실랑이도 벌인다. 말은 안 통해도 꼭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화도 잘한다.

내가 생각했던 좋은 사위의 출처는 도대체 어디였던 것일까?

나도 나름 좋은 며느리라 생각했는데, 남편의 이론대로라면 좀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좋은 아내라고 하는 남편.

그냥 당신이 많이 좋아하니까 그렇게 봐주는 거라는 거.

나도 안다.


O.K 아내가 되는 길도 쉽지 않다.

단순한 호기심에 미션 같은 숙제를 잔뜩 받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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