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만여우 Jan 29. 2019

"둘 중 누가 더 좋으냐"는 의미

늦겨울의 동상이몽


십 수년지기 회사 동료 J와 E는 틈틈이, 더 정확히는 부지런히 시간을 내어 만나는 사이다. '생계'의 터전인 '건조'한 직장에서 만났는데도, 이제는 늘 일부러 만나고 싶은 '따듯한'사이가 되었다.

오랜 기간 같은 배경이었던 건조하고 냉정한 '회사'는 우리에겐 '동질감'의 의미로 변해갔고, 좌충우돌 '육아 독립군'시절을 서로 강제 관람하고 응원하며, 여러 면에서 인생의 '결'이 비슷한 사이가 된 것일 테다.

회사, 가족 이야기뿐 아니라 각자의 쿰쿰한 여러 과거(?)들마저 이제는 흉이 되지 않을 만큼, 이야기 주제는 이미 경계가 없다.  

오늘 역시 어떤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도 우리는 진지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J가 화두를 던졌다.  


"남편이 더 좋은가요? 아이가 더 좋은가요?"  


읭??!!  무슨 이런 당연하고 유치한 질문인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셋 모두 다른 대답이 튀어나왔다.

나는 당연히 아이(너희도 똑같잖아라고 생각함)라고 답했고, J는 남편이 더 좋다고 했고, E는 다 '싫다'라고 했다. 각자의 대답에 당황스러워서 소심하게 웃다가 내가 물었다. "그런데, 여기서 '좋아한다'는 의미가 뭔데? " 그들의 대답이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누구를 더 보살펴야 하느냐"라고 했다. 아이는 약한 존재이니 내 시간과 애정은 당연히 더 그 쪽을 향한다는 뜻이다.

J는 "내가 누구에게 더 잘 보이고 싶으냐"라고 했다. 아이들은 금방 커서 떠나기도 하거니와, 남편에게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든단다.

E는 "내가 누구에게 더 목을 매냐"는 뜻이란다. 그래서 모두에게 벗어나 자유롭고 싶단다. 헐;; -.-


완벽한 "동상이몽"이다. 질문이 다른데 그 답이 같을 리 없고, 당연한 답이 있을 리 만무했다. 집으로 운전하고 돌아오는 길에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은 질문과 답이 계속 생각이 났다. 다시 생각해봐도 나는 그들의 정의로 내 '좋아한다'는 의미를 대체할 수가 없었고, 대체한다 한들 답이 달라질 것인지 모르겠더라.


사전적 의미가 뭐가 중요할까마는 마치 모르는 새로운 단어인 양 주차를 하자마자 괜히 한번 찾아봤다.

좋아하다
ㄱ) (기본 의미) ( 사람이 일이나 사물을 ) 상대로 마음이 기울거나 호의를 가지다.
ㄴ)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아끼고 위하거나 친하게 여기다.


역시나 보편적 해석이 심오한 인생의 질문쉽게 답을 줄 리 없다. 


어쩌면 처음부터 질문이 달랐던 것도 아니고, "좋아하다"는 단어에 방점을 두고 있지도 않았던 것 같다. 각자가 '가족'이라는 대상에 느끼는 무게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반응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과 기쁨의 원천이지만, '굴레'이기도 한 그 '가족'말이다. 핑크빛만을 꿈꾸며 결혼으로 시작한 '가족'이라는 숙명 생이 계속될수록 난이도를 높여가고 있다.


기나긴 회색빛 겨울이 드디어 끝나는 것인지,  햇살을 향해 가만히 얼굴을 들이밀고 있자니, 뺨에 제법 온기가 모여 따듯했던 날의 이야기다.


작가의 이전글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