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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여우 Jan 29. 2019

"둘 중 누가 더 좋으냐"는 의미

늦겨울의 동상이몽


십 수년지기 회사 동료 J와 E는 틈틈이, 더 정확히는 부지런히 시간을 내어 만나는 사이다. '생계'의 터전인 '건조'한 직장에서 만났는데도, 이제는 늘 일부러 만나고 싶은 '따듯한'사이가 되었다.

오랜 기간 같은 배경이었던 건조하고 냉정한 '회사'는 우리에겐 '동질감'의 의미로 변해갔고, 좌충우돌 '육아 독립군'시절을 서로 강제 관람하고 응원하며, 여러 면에서 인생의 '결'이 비슷한 사이가 된 것일 테다.

회사, 가족 이야기뿐 아니라 각자의 쿰쿰한 여러 과거(?)들마저 이제는 흉이 되지 않을 만큼, 이야기 주제는 이미 경계가 없다.  

오늘 역시 어떤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도 우리는 진지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J가 화두를 던졌다.  


"남편이 더 좋은가요? 아이가 더 좋은가요?"  


읭??!!  무슨 이런 당연하고 유치한 질문인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셋 모두 다른 대답이 튀어나왔다.

나는 당연히 아이(너희도 똑같잖아라고 생각함)라고 답했고, J는 남편이 더 좋다고 했고, E는 다 '싫다'라고 했다. 각자의 대답에 당황스러워서 소심하게 웃다가 내가 물었다. "그런데, 여기서 '좋아한다'는 의미가 뭔데? " 그들의 대답이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누구를 더 보살펴야 하느냐"라고 했다. 아이는 약한 존재이니 내 시간과 애정은 당연히 더 그 쪽을 향한다는 뜻이다.

J는 "내가 누구에게 더 잘 보이고 싶으냐"라고 했다. 아이들은 금방 커서 떠나기도 하거니와, 남편에게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든단다.

E는 "내가 누구에게 더 목을 매냐"는 뜻이란다. 그래서 모두에게 벗어나 자유롭고 싶단다. 헐;; -.-


완벽한 "동상이몽"이다. 질문이 다른데 그 답이 같을 리 없고, 당연한 답이 있을 리 만무했다. 집으로 운전하고 돌아오는 길에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은 질문과 답이 계속 생각이 났다. 다시 생각해봐도 나는 그들의 정의로 내 '좋아한다'는 의미를 대체할 수가 없었고, 대체한다 한들 답이 달라질 것인지 모르겠더라.


사전적 의미가 뭐가 중요할까마는 마치 모르는 새로운 단어인 양 주차를 하자마자 괜히 한번 찾아봤다.

좋아하다
ㄱ) (기본 의미) ( 사람이 일이나 사물을 ) 상대로 마음이 기울거나 호의를 가지다.
ㄴ)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아끼고 위하거나 친하게 여기다.


역시나 보편적 해석이 심오한 인생의 질문쉽게 답을 줄 리 없다. 


어쩌면 처음부터 질문이 달랐던 것도 아니고, "좋아하다"는 단어에 방점을 두고 있지도 않았던 것 같다. 각자가 '가족'이라는 대상에 느끼는 무게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반응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과 기쁨의 원천이지만, '굴레'이기도 한 그 '가족'말이다. 핑크빛만을 꿈꾸며 결혼으로 시작한 '가족'이라는 숙명 생이 계속될수록 난이도를 높여가고 있다.


기나긴 회색빛 겨울이 드디어 끝나는 것인지,  햇살을 향해 가만히 얼굴을 들이밀고 있자니, 뺨에 제법 온기가 모여 따듯했던 날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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