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통 갖고 다니기, 책 돌려보기.. 작지만 습관으로 만들어요
처음 실리콘밸리에 와서 조금 성가시다고 느꼈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물이었습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니다 보니 틈틈이 물을 찾는데, 그 물을 늘 가지고 다녀야 했거든요. 아시잖아요, 물이 참 무겁다는 걸요. ‘어휴, 한국이었으면 흔한 편의점에서 물 한 병 사주면 끝인데’ 그 생각을 수시로 했었더랬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가장 흔한 선물이 바로 텀블러입니다. 며칠 전 열린 구글 개발자대회(I/O)에서도 대나무 뚜껑을 포인트로 한 보온물병을 선물로 준비했지요. 많은 테크기업들이 기념품으로 텀블러를 준비하는데,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 아이들이 기념품샵에서 하나씩 챙겨가는 것 역시 텀블러입니다.
한국에서도 점차 텀블러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이곳에선 편의점이 흔치 않아서일까요, 텀블러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일상생활의 필수품입니다. 놀이터나 공원에서 화장실을 찾아보긴 힘들지만 식수대는 항상 찾아볼 수 있어요. 이곳에서 직접 물을 마시기도 하고, 가져온 물통에 물을 담아 가져가기도 합니다. 다른 주나 해외로 여행을 떠날 때, 공항을 찾는 많은 미국인들이 빈 물통을 들고 검색대를 지나 식수대에서 물을 받는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리틀 라이브러리’도 독특한 문화입니다. 구글맵에 ‘라이브러리(library)’를 검색하면 굉장히 많은 핀이 검색되는데 그중 상당수가 리틀 라이브러리입니다. 그저 작은 도서관이려니 하고 찾아가 보는 순간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바로 누군가의 집 앞에 설치된 작은 집 모양의 책장이거든요. 물론 비어있는 것은 아니고, 책들이 가득 꽂혀있기는 합니다.
이쯤 되면 눈치채셨을까요? 네, 리틀 라이브러리는 다 본 책을 공유하는 곳입니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이곳에 꽂아놓고 다른 책을 가져가서 또 읽지요. 원하는 책이 없을 수도 있지만 학교에서 집에 가는 길에,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길에 잠시 들러 어떤 책이 있나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인 것 같아요.
그 어느 곳보다 자연의 특혜를 많이 입는 캘리포니아여서일까요, 동네의 작은 책방을 들렀을 때 환경보호에 관한 책이 보기 좋은 곳에 진열돼 있는 것도 자연스레 환경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얼마 전 저는 마운틴뷰 다운타운의 작은 상점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들(Things you can do)’이라는 제목의 책을 하나 구입했어요. 서점이 아니라 에코백부터 장갑, 양말, 작은 접시 등 재미있는 콘셉트의 상품을 모아놓고 파는 편집샵에 이런 책이 있다는 게 의아해서 열어보았는데요,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환경보호를 위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책이더라고요. 어린아이가 호기심을 갖고 읽을 수 있도록 알록달록 이쁜 그림도 많았습니다. 계산대에서 만난 점원은 자신도 구입해서 매일 읽는 책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했습니다. “우리 아이한테 보여줄 거야”라고 하자 “정말 좋은 엄마야!”라는 말도 잊지 않았죠.
그리고 그날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며 저 역시도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바다거북이 비닐봉지를 먹는 이유를 아세요? 자신이 좋아하는 먹이인 해파리랑 비슷해 보여서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 아이에게 설명해 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국가나 주 차원에서의 노력으로는 몬테레이 아쿠아리움이나 많은 박물관에서 환경보호가 전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 없이 버린 페트병, 비닐봉지 하나하나가 어떻게 쌓여 바다생물에게 피해를 주는지 설명할 뿐 아니라 바다에서 발견된 쓰레기로 만든 예술작품들을 많은 공간을 할애해 보여주고 있어요. 또 국립공원을 찾았을 때 아이들에게 미션북을 주고 숲 속 생물 그리기, 나이테 세어보기 등 여러 가지 미션을 달성하면 보안관 배지 등을 선물로 주는데, 이런 자연학습을 통해서도 환경보호를 체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가 살아갈 10년 후 20년 후를 생각하면 지금의 지구 온난화가 많이 걱정되는 건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겁니다. 올해 캘리포니아의 오랜 가뭄을 해소시켜 준 폭우는 이상기온 때문이었다고 하지요. 이맘 때면 더이상 비가 오지 않아야 정상인데 아직도 간간이 이곳에는 비가 오고 있어요. 조금씩 함께 노력하다 보면 올해의 이 현상이 그저 흔치 않은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