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르도 Apr 26. 2022

뱅자맹 콩스탕의 아돌프

알려지지 않은 클래식, 담백한 우아함이 느껴지는 200년 전 소설

뱅자맹 콩스탕을 아시나요? ‘아돌프’라는 소설을 들어본 적 있나요? 들어본 사람도 있겠지만 난 프랑스 문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처음 들어보았다. 콩스탕의 경우 어렴풋이 대학 교양과목 수업에서 들어본 정도랄까? 고맙게도 내 여자친구가 예전에 구매한 책을 다시 발견해 읽고 나에게 강력추천했다. 내가 정말 좋아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추천해줬고,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여자친구의 확신은 정확했다고 본다.


소설 ‘아돌프’는 내가 딱 좋아하는 분량인데 이걸 중편 소설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문고판 크기의 얇은 책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좋다. 이 짧은 소설일수록 묘사가 적고 핵심만 간추린 경우가 많다. 물론 독자의 몰입도를 위해 적절한 묘사도 중요하지만, 긴 시간을 내기 어려운 요즘 짧게 작품의 세계에 들어갔다 나오는게 편하다. 그리고 번역가는 김석희님이라고 하는데 극찬을 드리고 싶다. 난 번역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어떤 글이 읽기 쉽고 편하게 받아들여지는지 알 수 있다. 몇몇 외국 소설의 경우 좋은 내용의 원작임에도 불편한 번역문체로 집중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소설가 출신답게 올바르고 부드럽게 문장을 번역하셨다. 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문학소설이라 어려울 수도 있을텐데 프랑스 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좋은 우리말 문장으로 풀어주셨다.


이 소설은 간단히 말하면 연애 소설이다. 더 깊게 말하면 심리 소설이라고 한다. 내용은 정말 간단하다. 우유부단한 성격의 젊은 귀족 청년이 어느 백작의 아름다운 애첩을 유혹해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의 끝을 보는 이야기다. 여기서 핵심은 주인공 ‘아돌프’의 우유부단한 성격이다. 반대로 매우 명석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촉망받으며,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자신의 성격을 재능으로 간파한다. 일기 형식으로 쓰여진 이 소설에서 주인공 ‘아돌프’의 유약함과 우유부단, 애매한 성격을 제대로 알 수 있으며, 결국 이 어정쩡한 태도가 어떤 파멸을 이끄는지 알 수 있다.


소설의 형식도 재밌다. 가장 첫 시작은 ‘발행인의 말’이다. 이탈리아 여행 중 만난 어느 외국인의 짐에서 발견한 수첩에 일기가 적혀있고 그 일기의 내용이 소설이라는 소개로 시작한다. 이런 장치를 넣어두면 독자는 조금 더 사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콩스탕은 이 소설이 누구에게나 혹은 독자 주변 어느 곳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소설의 끝에도 발행인이 주고 받은 편지로 소설의 교훈과 뒷 이야기를 정리해 풀어준다.


소설 ‘아돌프’를 읽으면서 정말 신기했던 점은 ‘예나 지금이나 정말 사랑이야기는 같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름다운 여성을 가지고 싶어하는 단순한 남자의 욕망은 그 여자를 가지면서 꺼진다. 사랑은 존재하나 현실도 함께 동반해서 따라온다. 백작의 애첩으로 몸 둘 곳 하나없는 여인을 유혹한 어린 귀족 청년은 이제 자신의 촉망받는 미래와 재능, 집안, 직업 등을 걱정한다. 하지만 여자는 이미 사랑에 빠졌다. 그에게 사로잡혀 온 몸과 일생을 그에게 바치려 한다. 백작도 버리고, 그와 함께 낳은 자식들도 버린다. 심지어 소식이 끊겼던 아버지의 연락에도 방문하지 않는다. 오로지 아돌프와 함께 지내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다. 이런 그녀의 모습에 오히려 아돌프는 부담과 함께 회한이 몰려온다. 일명 ‘현자타임’이라 할 수 있다.


내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았을 때 요즘 연인 관계도 아돌프와 엘레도르(여자 주인공)와 다르지 않다. 사랑이 식을수록 여자는 남자를 잃지 않기 위해 집착을 하고, 남자는 그 집착에 지쳐 더욱 냉혹해진다. 하지만 차마 헤어질 결심까지 못하는 남자는 이 관계를 질질 끌며 유지한다. 오히려 여자에게 냉정한 거절이 애초에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절로 든다. 그리고 소설 속 많은 내용이 200년 넘게 지났음에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소설 ‘아돌프’는 낭만주의 시대에 나온 소설이다. 낭만주의는 자연에 대한 찬사와 세세한 묘사, 배경 설명, 주인공 묘사 등 촘촘이 시대상을 최대한 아름답고 화려하게 표현하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주인공에 대한 설명도 아돌프는 젊고, 엘레도르는 나이가 들어도 아름답다 정도다. 나머지 인물과 배경에 대한 설명도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 ‘아돌프’는 담백한 우아함이 느껴지고, 200년이 지난 현대에도 감정이입이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배경만 200년 후로 돌려보아도 지금 어디선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스토리라 느껴진다. 이 점만 고려해보았을 때도 주옥같은 고전 소설로 주목받을만 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의미해보이는 문학 소비, 왜 해야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