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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르도 May 23. 2018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서평

과거나 현재나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여름휴가철 함께 하고 싶은 책 1위,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소설 부문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일본 유명 소설가의 작품이다.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누구인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대해 듣기만 했지 한참 읽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여자친구가 이사 가기 전 그 두꺼운 소설책을 나한테 빌려줬고, 그 참에 한번 읽었다. 그런데 웬걸? 술술 읽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다음 내용이 궁금해 빨리 읽지 못해 불안했다. 날 이렇게 만든 소설책 오랜만이었다.(사실 그냥 참 재미있었다. 잘 쓰고 못 쓰고, 내용이 깊고 얕고를 떠나)


책을 읽고 난 뒤 이 히가시노 게이고가 '용의자 X의 현신'이라는 유명 일본 영화의 소설 원작을 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소설가는 읽기 쉬운 글로 유명하고, 추리 소설로 유명하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도 이러한 요소를 충분히 볼 수 있었다.


소설은 나미야 잡화점을 중심으로 과거와 미래가 이어지는 서사를 다룬다. 고민 상담소 역할을 하던 잡화점에서 옛날 사람이 보낸 고민상담 편지를 현재에 있는 사람들이 답하고,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뒤섞으며 맞물리면서 진행된다.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도 이 점이다. 서로 관련 없는 단편적인 사건과 인물일 줄 알았는데 끝으로 갈수록 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실마리가 풀리며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추리소설 전문 소설가의 이야기답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고 따뜻하다는 점을 문학으로 설명한다. 현실에 부딪쳐 고민하고 좌절하는 상처받은 영혼들을 어루만진다. 비록 주인공들이 좀도둑질을 했지만 할 수밖에 없던 당위성을 조금 이야기하고, 비록 그런 그들이지만 결코 악하지 않다는 점을 말한다. 그리고 고민상담이란 장로 가족, 연인, 청춘의 공통 고민을 다룬다. 생각보다 현실을 정확하게 이야기한다. 소설을 읽으며 '과연 허구적인 내용으로 오히려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이야기를 그리는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사람들이 쉽게 읽고 즐길 수 있는 문체라 일단 베스트셀러인 점이 이해가 되었다. 덩달아 왜 여름휴가철에 적당한 소설 인지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정말로 잘 만든 딱 Fine book'에 어울리는 책이구나'라는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왜 남녀노소 다양한 독자가 편하게 찾는지도.


책 맨 끝에 나오는 옮긴이의 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릴 때 책 읽기를 정말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소설가가 되어서도 자기같이 읽기라는 행위를 싫어하는 사람을 예상 독자로 삼고, 그 사람이 계속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그런 특징 때문인지 일부 일본문학 평론계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지 않으며, 그의 작품을 부정적으로 비평한다고 한다. 문학에 깊이가 얕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나는 문학으로서 이 소설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재밌고 흥미롭게 하며 깊이가 얕은 이 흥행 소설이 결코 밉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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