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스터의 '공중곡예사(Mr.Vertigo)를 읽고
휴일에 시간이 많을 때 우리 문우는 무엇을 하시나요? 독서인이라면 책을 한 권 펼쳐 들고 읽을 텐데요. 사실 요즘 세상에서 책 한 권을 펼쳐서 끝까지 다 읽기 쉽지 않아요. 아무리 책을 좋아하더라도 이 세상에는 책 보다 더 자극적인 재미가 즐비하거든요.
책과 소설의 흡입력도 그만큼 더 강력해져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번 펼치면 절대 덮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과 재미를 지녀서, 독자가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어야 한다. 소설 속 우주에 푹 빠져서 무중력 상태로 유영하는 듯한, 시간감과 공간감을 상실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말이 쉽지. 생각보다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책을 여러 권 집필한 탁월한 이야기꾼이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 소개하고 싶은 소설가 폴 오스터입니다. 올해 5월에 고인이 되시어 더 이상 그의 신작은 읽을 수 없습니다만 전 그의 작품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며 그를 기리고 있어요.
그중 제가 정말로 사랑하는 소설은 ‘공중곡예사’입니다. 다음으로는 ‘브루클린 풍자극’이랍니다. 공중곡예사를 추천하고 싶어서 다시 한번 꺼내 들어 읽었습니다. 제 지난 주말은 공중곡예사 윌트와 예후디 사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었습니다.
훌륭한 소설가가 가진 가장 큰 위험한 스킬은 독자를 홀려서 이 허구의 세계와 이야기를 정말 실존했던 일처럼 믿게 만들고 빠져들게 만드는 유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할아버지 폴 오스터가 난롯가에 앉아있는 손자를 위해 1930년대 실제로 활동했던 공중곡예사 월트의 삶을 조용히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요. 정말 리얼해요. 공중을 떠오를 수 있게 되고, 사부와 공연 투어를 다니고, 온갖 굴곡과 시련을 겪으며 성장하고 배우는 월트를 보면 실제로 있었던 사람 같답니다.
세상 기이하고, 범상한 사건들이 아주 평범하게 느껴지는 것은 폴 오스터의 타고난 스토리텔링 능력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소설가를 꿈꾸는 저에게 가장 갖고 싶은 능력 중 하나가 그의 이야기꾼 재질이죠.
‘내가 물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열두 살 때였다.’로 시작하는 이 신비로우면서도 현실적인 소설 ‘공중곡예사’를 읽으며 주말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아래부터는 제가 우리 문우에게 궁금해서 질문하는 내용이랍니다. 이야기를 스포 할 것이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보지 말아 주세요.
(스포주의)
‘공중곡예사’는 질문이 떠오르기보다는 함께 여행을 하는 것 같은 이야기라 질문이 많이 떠오르진 않았어요. 하지만 ‘만약에(if)’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죠?
공중곡예를 포기한 월트가 시카고 갱이 된 뒤 위더스푼 부인을 우연히 만납니다. 만약 그때 위더스푼 부인에게 연락해 함께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솝과 수 아주머니를 KKK단에게 잃고 예후디 사부와 월트는 깊은 실연에 빠집니다. 긴 칩거 후 사부는 방 안의 모든 물건을 던지고, 부수면서 응어리를 토해냈어요. 당신은 큰 실연을 겪은 적이 있나요? 어떻게 이겨냈나요?
좋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 추천하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문우서신 뉴스레터를 통해 함께 글(문文)에 대해 이야기하는 친구(우友)를 만들고 싶어 시작했습니다. 이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사이트에 방문하여 다른 레터도 읽어보시고, 구독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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