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예거 Aug 24. 2020

코로나 이후 취업 시장에 대한 솔직한 생각

일자리 절멸과 악화되는 갈등 사회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종식 이후의 시대)라는 키워드가 요즘 화두다. 서점에만 가도 '포스트 코로나' 키워드가 붙은 책들이 많고, 다양한 예측을 내놓고들 계신데, 뭐 비슷비슷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잘 팔리니까 코로나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 끔찍한 재앙이 끝난 이후, 새로운 희망의 끄나풀을 붙잡아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일 것이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코로나 이후 취업 시장은 절대 희망적이지 않다. 인사담당자로 약 4년을 일했고, 지금도 취준생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코로나 이후 취업 시장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써보고자 한다. 경력직들보다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취준생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1. 신입을 위한 일자리가 더 쪼그라든다


코로나로 인해 IT 분야를 제외한 모든 산업이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고, 지금도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 수혜를 입은 기업? 없진 않지만 극소수다. Zoom, Amazon,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 기업들 뿐이다. 애초에 대부분의 취준생이 노릴 수 없는 직장이다.


튼튼한 중소/중견 기업이 많아져야 취업률이 회복될 수 있는데, 코로나는 작은 기업일수록 더 지독하게 고통을 주고 있으니. 코로나가 운이 좋게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피해 회복에 짧아도 2년은 걸릴 것이다.


- 대기업 공채 종말의 가속화 (경력직 위주 수시 채용의 확대)

- 인건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자동화 시스템의 도입

- 신입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감소



2. 코로나를 앓았던 취준생에 대한 가산점 부여

코로나는 단순한 독감이 아니라는 사실 다 알고 계실 거다.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코로나 후유증에 대한 제보들이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나오고 있다. 회복된 사람들을 '완치자'라고 표현하던데, 정확히는 '회복자'라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만성적 후유증이 남으면 완치가 아니다. 건강한 몸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말이다. 주로 보고되는 후유증 증상은 만성피로, 가슴과 복부 통증, 피부 변색, 브레인 포그(Brain Fog), 기억력 저하 등이다. (후유증 관련 기사) 



코로나 후유증을 구체적으로 글로 남기고 계신, 부산47(박현 부산대 기계공학과 겸임교수)


몸 전체에 무서운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제일 치명적인 건 뇌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본인이 코로나 후유증을 앓고 있는 20대 청년이라고 상상해보자. 어떨 것 같은가?


감염된 적 없는 다른 청년들은 코로나 종식 이후에 공무원 시험이다, 취업 준비다 하며 열심히 살 길 찾아 헤매는데, 나는 피로감도 심하고 집중력도 예전 같지 않다면? 엄청난 절망감을 느낄 게 당연하고 우울증과 PTSD를 평생 갖고 살게 될 거다.


국가는 이런 청년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까? 선택지는 많지 않다.


- 코로나에 감염된 적 있는 청년에게 공무원 시험 가산점 부여

- 코로나에 감염된 적 있는 청년을 채용하는 기업에 고용 장려금 지원

- 코로나에 감염된 적 있는 청년을 위한 특별 심리상담소 및 취업지원센터 운영


얼추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여기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당연 공무원 시험 가산점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공무원, 정규직 이라는 단어에 엄청나게 예민하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먹고 살기 팍팍하다는 사회 인식이 반영되어 있는 거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청년에게 어떤 형태로든 가산점이 주어진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뻔하다, 코로나에 감염된 적 없는 청년들로부터 불만이 폭발할 것이다. 그 강도는 얼마나 많은 청년이 가산점을 받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2020년 8월 23일 기준으로, 질본이 집계한 국내 코로나 확진자 연령별 현황을 보면 20대는 4천 명이 넘는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비중(약 23%)을 차지하는 게 20대다.


2020-08-23 기준 코로나 확진자 연령별 현황 @질병관리본부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극심한 갈등사회가 되었다. 남녀갈등, 지역갈등, 노사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 빈부갈등, 직장갈등 등, 살아가며 마주치는 모든 공동체에서 갈등이 생겨도 뭐 하나 이상한 게 없는 시대다.


포스트 코로나? 뭐 있겠나. 여기에 '코로나 갈등'이 새롭게 추가된 시대인 거다. 걸린 자와 안 걸린 자 사이의 갈등. 끔찍하지만 현실이다. 그 갈등 비용은 고스란히 노인과 청년, 취약계층에게 전가될 것이다.


3.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쭉 암울한 전망을 풀어놓는 글에는 으레 해결/극복 방안 따위가 마지막에 붙어야 하지만, 솔직히 지금은 답이 없다.



애초에 포스트 코로나를 벌써 말하는 건, 오만한 일이다. 수도권은 하루에도 약 400명씩 확진자가 생기고 있고, 대유행을 앞두고 있다. 종식되긴커녕 몇 년을 이렇게 끌고 갈 수도 있다고 한다.


우선, 지금은 코로나에 안 걸리는 게 최선이다. 카페에서 떠들고 싶어도 참고, 술을 마시고 싶어도, 영화 한 편 보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살아남는 게 지금의 최우선 목표다. 2020년, 참 힘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