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예거 Dec 01. 2020

코로나 시대의 놀거리 찾기 (2)

예술의전당에서 클래식을 듣고 공원을 산책했다.

코로나 시대의 놀거리 찾기 1편과 이어집니다.



예술의전당에서 여유를 즐겼다

난 대학생 때부터 예당에 꽤 자주 놀러 갔다. 예체능에 재능이 없는 내가 21살 때 처음 예당에 놀러 간 이유는 다름 아닌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김정운 교수님의 저서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란 책에 예당에 대한 재밌는 대목이 있다.


봄이 되면 '예술의전당'의 넓은 분수광장을 자주 찾는다. 서울에서 그렇게 편하게, 넓고 행복한 공간은 쉽게 찾을 수 없다. 그곳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분수가 춤을 춘다. (중략) 난 분수광장 옆의 모차르트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해, 혼자 앉아 아주 오래 마신다. 밤에 혼자 갈 경우에는 '헤페바이젠(Hefeweizen)'이라는 독일식 맥주를 한 잔 시켜, 매번 입맛을 다셔가며 고소한 맛을 음미하기도 한다.


예술의전당 모차르트 카페


나는 단순히 저 '헤페바이젠'이라는 맥주의 맛이 궁금했다. 21살 여름, 어색하게 모차르트 카페에 들어가서, 설렘에 가득 찬 표정으로 헤페바이젠을 시원하게 들이켜던 그 날이 아직 선명하다. 거의 10년 전의 이야기지만, 예당에서 마시는 슈무커 헤페바이젠은 여전히 맛있다.


지난 주말에는 예당에서 <서울신포니에타> 정기연주회를 들었다.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솔직히 잘 모르고 아는 척하고 싶지도 않다. 프로그램은 간단하게만 봤다. 예당이 가고 싶은데, 그저 맥주만 마시러 가기엔 콘텐츠가 부족하니, 급하게 당일 티켓을 구매했는데, 이게 웬 걸... 돈 2만 원에 귀호강 제대로 하고 왔다.



클래식 음악은 평소에도 유튜브로 자주 듣긴 한다. 업무 할 때도, 쉴 때도 백그라운드로 항상 재생시켜두는 편이라서, 굳이 돈 내고 클래식을 또 들을 필요가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클래식 실황 연주에는 특유의 바이브가 있다. 악단이 등장할 때 힘차게 박수 치는 것도 재밌고 지휘자와 연주자의 몸짓과 얼굴 표현을 보면서 듣는 클래식은 또 색다르다. 어릴 땐 박수 타이밍도 눈치 보고 그랬는데, 지금은 거의 온몸으로 음악을 듣고 나온다. 클래식의 쾌감이다.



근사한 공원을 산책했다


난 산책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근데 코로나 때문에 붐비는 장소를 갈 수가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편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을 여기저기 찾게 되더라. 그리고 깨달았다. 몰랐는데, 나 산책 좋아했네!


선정릉 숲


강남권에서는 선정릉이 최고다. 크게 한 바퀴 도는데 오래 걸리지 않고 걷기도 쉽다. 빽뺵하게 들어선 고고한 소나무를 구경하면서 천천히 산책하면 좋다. 입장료가 천 원이라도 있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고 평화롭다. 무엇보다 그 접근성이 압권. 도시와 공원 콘텐츠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코스로 딱이다.


송도 센트럴파크


다음은 송도 센트럴파크다. 송도는 내 마음의 고향인데, 왜냐면 나는 한 때 직장 때문에 송도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센트럴파크가 이렇게 예쁜지 몰랐지. 선선한 봄, 가을에 놀러 오면 참 송도가 살기 좋은 곳이었다는 회상에 잠기곤 한다.


센트럴파크는 가운데 큰 호수가 있고, 주변을 크게 돌 수 있는 넓은 산책로가 갖춰져 있다. 우뚝 솟은 송도의 랜드마크인 포스코 인터내셔널 타워(더위사냥 같이 생김)도 보이고, 형이상학적으로 생긴 아파트들도 시원하게 반짝인다. 개인적으로 송도는 야경보다는 낮에 와야 예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인기 있는 공원이지만, 붐비는 정도는 아니다.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테이크아웃으로 받아, 홀짝이며 걸으면 세상 행복하다. 가을에 센트럴파크 산책할 땐 에어팟을 끼고 유튜버 LEEPLAY 님의 <일어나 가을이야> 플레이리스트를 듣곤 했다.


광교 호수공원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광교 호수공원이다. 여긴 낮엔 못 가보고 저녁에 가서 야경을 보며 산책했는데, 거울 같은 호수에 비치는 야경이 환상적이었다. 산책로에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보라색 LED를 쭉 달아놨는데, 몽롱하면서도 분위기 있었다.


광교 호수공원의 산책로는 위에서 소개한 선정릉, 송도 센트럴파크 하곤 비교도  되게 크다. 천천히 걷는다면  바퀴 도는  1시간은 족히 걸릴 만큼 길다. 근데  만큼 재밌다. 괜히 오랫동안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함께 걸어봐야지.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시대의 놀거리 찾기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