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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Sep 09. 2024

변우석의 어머님은 누구시길래

 

 

 훤칠한 기럭지에 어디 한 군데 모자란 곳 없이 잘 생긴 얼굴, 미소년과 성숙한 남성의 매력을 두루 갖춘 변우석을 볼 때마다 아들 가진 엄마 팬은 탄식을 한다.


"변우석네 엄마는 얼마나 좋을까?"


 이미 유부녀인 내가 (아니 유부녀가 아니었어도) 변우석 같은 연인이나 남편을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이니, 변우석 같은 아들을 잠시 꿈꿔 보기도 하고 실제로 저렇게 멋진 아들을 둔 엄마의 마음은 어떨지 궁금해하는 것이다. 어릴 때 사진에서도 변우석과 그 누나의 다리가 길쭉길쭉한 걸 보면 외모는 유전자의 힘을 무시 못하니 어머님이 필시 미인이시겠지 싶어서,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외모를 가지지 못한 내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외모도 그렇지만 메이킹 영상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변우석의 몸짓과 말투에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다정함과 따스함이 문득문득 드러날 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키우셨길래'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특히 변우석이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 속에서 어린 나이에 대학을 중퇴하고 모델로 나섰던 일화를 접하거나, 모델로 나름 입지를 굳힌 후에도 다시 배우를 하겠다며 8년여의 세월을 무명으로 보낸 시간들을 생각해 보면 그 부모님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나는 과연 내 아들이 쉽지 않은 선택을 했을 때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줄 수 있을까, 한없이 소중해서 꽃길만 걸었으면 싶은 아들이 순탄치 않은 길을 힘겹게 걷고 있을 때 말없이 그 아이의 선택을 믿어주며 뒤에서 조용히 지켜만 볼 수 있을까.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최근 아들이 열심히 다니던 농구교실에서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대회반에 소속되어 나름 선수라는 자부심을 갖고 아이가 즐겁게 다니고 있었는데, 정기 테스트 결과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실력이 뒤처져서 취미반으로 옮겨야 한다는 소식이었다. 전공을 하거나 프로선수를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즐겁자고 하는 스포츠인데 뭐 그리 청천벽력 수준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대회 나가서 승리하고 수훈 선수가 되어 보는 게 꿈이었던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모든 게 엄마가 제대로 지원을 못한 탓인 것 같아 너무 속이 상하고 울적했다.


 고작 다니던 스포츠 학원에서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고 이렇게까지 속이 상한데, 8년이라는 세월을 귀한 아들이 여기저기서 거절당하고 제대로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본 부모의 심정은 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아니, 나라면 버텨내지 못했을 것 같다. 미래가 불확실한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끝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고, 내 아이가 가진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끝없이 의심했을 것이며, 이제 막 커다란 운이 다가오고 있는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다른 길을 강요했을 것이다.


 변우석 정도 되는 우주대스타를 키워내려면 엄마인 나부터가 우주의 마음을 갖춰야 할 텐데 나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농구교실 건만 해도 아이가 마음이 다칠까 봐 걱정이 되는 마음도 있었지만, 따지고 보면  "내 아들이 그래도 농구는 잘해서 선수도 하지"라는 허세에 취해 있었던 내 욕심이 와장창 깨지며 속상한 것도 크다. 아이가 뭐라도 잘했으면,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있었으면 하는 조급함에 사로잡힌 나는 얼마나 미성숙한 엄마인가.


 방송에 나와 아직도 "아빠와 뽀뽀를 한다"라고 밝혀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변우석은 각종 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자신을 응원해 준 가족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밝힌 바 있다. 부모님은 물론 함께 생활했던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던 그. 최근 GQ 매거진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힘들 때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모여 크고 작은 운을 전해준 셈"이라며 자신의 성공을 가족과 가까운 이들이 응원해 준 덕분이라며 감사한 마음을 겸손하게 전했다.  


 나는 내 소중한 아이에게 이렇게 조건 없는 응원을 보내줄 수 있을까. 엄마의 욕심을 아이에게 투영하지 않고, 아이의 삶을 응원하되 간섭하지 않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건강하고 밝은 청년으로 자랄 수 있도록 잘 뒷받침해 줄 수 있을까.


 내 아이가 190cm의 문짝남으로 자라도록 하는 건 아무래도 어렵겠지만, 본인이 가지고 태어난 빛을 내가 가리는 일이 없기를, 내가 그토록 애정하는 스타 변우석처럼 가족에 대한 사랑을 스스럼없이 표현하고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다정한 아들로 자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다. 엄마의 덧없는 욕심을 비운 자리에는 아이를 향한 애정과 공감으로 차곡차곡 채울 수 있기를. 아, 물론 변우석을 향한 팬심을 위한 자리도 계속 늘려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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