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린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도 더웠던 올해 여름, 하지만 제아무리 기승을 부렸던 더위도 계절의 변화를 영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인지 이제 아침저녁으로 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징글징글했던 더위와 하루라도 더 빨리 작별하고 싶어 완연한 가을이 찾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이번 여름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도 있으니 바로 내 인생에 큰 울림을 준 선재, 변우석을 만난 계절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방영을 시작한 건 따스한 봄이었지만, 본 방송 때는 관심이 없었던지라 드라마가 막을 내리고 뜨거운 여름으로 계절이 바뀐 후에야 뒤늦게 선재와 변우석을 알게 되었다. 살랑살랑 벚꽃이 흩날리는 계절이 아니라 하필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계절에 그를 만난 건, 변우석을 향한 꺼지지 않는 덕질의 불꽃을 예견하는 운명의 신호는 아니었을까.
여름의 초입에서 선재를 만났기 때문일까, 올여름은 시작부터 참 맹렬하게 뜨거웠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후텁지근 무거운 공기가 사람을 금세 지치게 만드는 무더운 날들을 보내는 와중에도, 그의 해사한 얼굴과 청량한 웃음을 보면 주변의 공기가 탄산수 한 잔을 쭉 들이켠 것처럼 순식간에 짜릿하게 상쾌해지는 마법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경험하며 이 여름을 보냈다.
동남아의 스콜이 떠오를 정도로 무섭게 물바가지를 퍼붓는 비를 만나도, 하필 출근길에 집중적으로 비가 쏟아져 발이 축축하게 젖는 날조차도, 이어폰을 꽂고 드라마에서 변우석이 그룹 '이클립스'의 보컬로 부른 노래 '소나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꿉꿉함은 사라지고 마음이 뽀송해지는 것이었다. 드라마에서 선재가 비 오는 날 첫사랑 솔이를 만나며 싫어했던 비를 좋아하게 된 것처럼, 내게도 이제 비 오는 날은 우산 챙기기 귀찮고 옷이 젖는 불쾌한 날이 아니라 우리의 선재, 나의 변우석이 부른 '소나기'를 들으며 행복한 추억에 젖는 날이다.
무미건조하고 단조로우면서도 늘 숨 가쁘기만 했던 나의 일상에 이런 단비 같은 존재가 선물처럼 내려올 줄 누가 알았을까. 선재가 하얀 교복을 입은 채 들고 있던 파아란 우산, 그의 얼굴을 더욱 반듯하게 만들어 주는 하늘색 셔츠, 솔이가 내리지 못한 버스를 쫓아 젼력질주할 때 흩날리던 머리카락, 잠든 솔이의 얼굴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틀어주던 선풍기에서 돌돌 소리를 내며 나오던 바람, 그가 힘차게 수영을 하며 가르던 물살 하나까지, 언제고 2024년의 여름을 생각하면 떠오를 아름다운 선재와 변우석이 만들어낸 추억의 조각들이다.
드라마 이후에도 숨 막힐 정도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광고 사진과 영상들을 공개하며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변우석. 덕분에 이 나이 든 팬은 매일 심장을 부여잡고 위태롭게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하루 이틀 사이 갑자기 떨어진 기온처럼,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더위도 언젠가 끝이 있다. 그러다 보면 또 언제 더웠나는 듯 "추워 추워~"를 외치며 옷을 껴입을 매서운 겨울이 닥칠 거다. 변우석이 막 성장을 시작하던 봄을 함께 하진 못했지만 뜨겁고 찬란하게 빛난 그의 여름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이제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가을과 매서운 바람마저 상쾌하게 만들 겨울을 기대하며 아직 만나지 못한 변우석의 날들을 응원한다.
'꿈같은 작품이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인생 최고의 기회를 안겨 준 드라마를 만난 변우석에게도, 그를 만난 나에게도 한여름밤의 꿈처럼 기억될 2024년 여름을 마음 깊숙이 간직한 채, 늘 이 자리에서 그를 지켜보고 아낌없는 애정을 보낼 것이다.
* 사진 출처 : 바로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