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하지 말자
사실 수업을 들을 때마다 숙제를 하든지 정리를 하든지 하여 글을 하나씩 쓰는 게 목표였는데, 숙제는 너무나 나를 괴롭게 하고, 지금은 다섯 번째 수업을 들은 뒤이다. 주말 내내 다른 건 아무 것도 못했지만, 숙제도 역시 하지 못했다. 미완성의 무언가를 선생님께 들려드리기 전에 오지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선생님 너무 힘들어요. 저는 이제 어떡하죠. 되는 말, 안 되는 말 막 주절거렸더니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실 저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실 숙제로 너무 고통 받고 싶지 않아서, 피하는 것을 더 억누르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었다. 아프는 것보단 숙제를 못해 가서 혼나는 게 나은 것 같다. 배째세요. 하다가 만 숙제를 선생님께 들려드렸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 님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알 것 같아요. 저의 스승님께서 그러셨는데, 한국 사람들 특징이라고 하더라구요. 잘하는데 숨기고 싶어 하는 그런 거. 음악을 정말 잘하는데 하드에만 처박아두고 있는 사람이 엄청 많거든요." 잘했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영어를 못해도 계속 말하고 외우고 적어야 실력이 느는 것처럼, 지금 못한다고 계속 안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숙제를 마무리지었다. 이래이래 마무리를 지으면 되겠지? 생각하고 집에 와서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다.
수업을 듣고 나서부터 노래를 듣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층을 나눠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게 무엇에서 나는 소리인지는 잘 몰라도 분리해낼 수 있게 되었다. 킥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클랩이나 스네어 소리가 2박, 4박에 나올 때마다 몸을 흔든다. 요즘은 유난히 많이 흔든다. 화장실에 아무도 없으면 혼자 허우적 대면서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를 듣는다. 그리고 감탄한다. 와 어떻게 이렇게 했지? 이건 어떻게 하는 것이지. 무슨 생각으로 했지, 같은. 여전히 좋아하는 노래, 안 좋아하는 노래가 있지만, 노래를 만들어서 공개한다는 사실에 음악하는 모든 이들을 존경하며 듣는다. 노래가 노래처럼 나오는 게 어렵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이전에는 노래를 '멜로디'라고 생각했다면, 요즘은 '밸런스'라고 생각하고 있다. 멜로디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노래의 완성은 균형을 잡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음악하는 사람들이 매우 존경스러워졌다. 그전에는 그냥 멜로디를 짠! 떠올려서 그걸 잘 불러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더해서 알아야 할 것 혹은 해야 할 것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그리고 아마도 그게 괴로우면서 신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돈이 될지도 안 될지도 모르는 이것을 계속 하고 있을리가 없다.
4회차 수업의 숙제는 피치카토 파이브의 <Love's prelude>만을 샘플링하여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꾸역꾸역 무언가를 만들어 보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5회차 수업을 듣고 나니 대충 이렇게 이렇게 마무리 지으면 되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무리 지었다.
온스테이지를 통해 박문치 님을 처음 영접하였는데, 이런 에고 쩌는 노래 너무 좋다. 이거 보고 리코더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