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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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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Aug 22. 2024

하얀방-소설

1

남자가 눈을 떴다. 남자는 처음 보는 천장을 보며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술이 덜 깬 탓이겠지라고 생각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다리를 돌렸다. 생각보다 빠르게 자신의 발바닥이 방바닥에 닿았다. 반즘 떴던 눈을 크게 떴다. 머리가 심하게 아팠고 속이 미식거렸다. 자신의 방이 아니었다. 


방은 하얀색이었다. 방 안에는 침대만이 있었다. 하얀색 페인트로 칠해진 방은 굉장히 깔끔했다. 남자는 어리둥절했다. 무어라 말을 해야 될지 무슨 생각을 해야 될지도 몰랐다. 대체 자신이 왜 이 방에 와 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왼쪽 편을 벽에 성인이 지나갈 수 있는 크기로 직사각형 금이 가 있었다. 문 같아 보였다. 하지만 손잡이가 보이지 않았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떤 생각을 해야 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도 없어지지 않았다. 숙취가 너무 심했다. 


침대에서 일어난 남자는 문처럼 보이는 벽으로 향했다. 손가락을 틈새에 넣으려 했지만 들어갈 만한 넓이가 아니었다. 밀어 보았지만 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더 큰 힘을 내어 문을 힘차게 밀어 보았다. 움직이지 않았다. 어깨 전체 면적을 벽에 기대고 발을 뒤로 밀며 밀어 보았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남자는 뒤를 돌아 보았다. 하얀 방에 침대 하나가 벽 쪽에 붙어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보..쿨럭..세..” 말을 잇지 못 했다. 마른 목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남자는 침을 삼키고 목을 가다듬었다.


“누구 없어요?” 이전 보다 큰 목소리가 나왔다. 


남자는 방 안에 카메라가 없는지 천장 구석을 고개를 돌려가며 쳐다 봤다. 하지만 카메라처럼 보이는 것은 없었다. 천장에도 없었다. 침대 바닥에도 없었다. 단지 침대 하나 그게 이 방안에 있는 전부였다. 아니 침대 그리고 남자 이 두 가지가 전부였다. 


남자는 아직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아니 상황을 어떻게 파악해야 될지도 막막했다. 이 방을 나가고 싶은 마음이 우선이었으나 방법도 없어 보였다. 


소리를 쳐봤지만 어떤 반응도 없다. 남자는 의외로 담담했다. 두통이 문제일수도 있었다. 목이 너무 말랐다. 

남자는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바로 일어났다. 그리고 벽을 따라 방을 한 바퀴 돌았다. 손을 벽에 대고 만져지는 것은 없는지 확인했지만 무엇도 손가락에 걸리지 않았다. 


“여보세요! 누구 없어요?”


남자는 자신이 아무도 없는 방안에 혼자 고립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문처럼 보이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 벽을 쳤다. 


“야! 거기 누구 없어! 여보세요! 여기 사람있어요!”


마른 목이 따끔거리며 아팠다. 두통도 없어지지 않았다. 물이 간절했다. 


몇 분인지 알 수 없을만큼의 시간을 남자는 벽에게 소리치며 보냈다. 하지만 남자에게 돌아온 대답은 없었다. 남자는 침대로 돌아가 다시 누웠다. 자신의 옷도 하얀색이라는 것도 그 때서야 인지했다. 


남자는 눈을 감고 어제 밤을 복기했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 이어지는 술자리 그리고 마지막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회사를 마치고 모임에 나가 소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것들은 기억이 났다. 그 곳에서 나와 술을 한 잔 더 마시러 간 것 까지도 생각이 났다. 진석, 진열 그리고 상훈 그리고 남자까지 넷이서 술을 마신 기억이 났다. 


하지만 마무리가 어떻게 됐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두통을 없애고 싶었다. 물을 거하게 한잔 들이키고 다시 자고 싶었다. 숙취를 없애는데 그것 만한 게 없다. 숙취라도 먼저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올바른 정신으로 현상황을 파악하고 싶었다. 설마 여기서 굶어 죽는건가 라는 생각도 스쳐갔지만 설마라는 단어가 죽음에 대한 생각을 치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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