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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주식투자를 하기 힘든 이유

by 고호

아무리 인식이 많이 바뀌고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주식투자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여전히 주식투자를 하나의 도박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아마도 주식투자로 망했다는 소문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거나 주식투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자본을 투자해 회사를 세우고 노동자를 고용해 수익을 내는 행위를 굉장히 자연스럽게 여긴다. 실상 자본주의를 이루는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 아닐 듯 하다. 수익을 많이 내고 고용을 많이 하는 회사가 많을수록 그 나라는 잘 사는 나라일 확률이 크다. 아닌 나라도 있을 수 있다.


회사가 투자를 해서 사업을 확장하고, 투자한 만큼 또는 그 이상의 수익을 낸다. 여기까지도 우리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데 큰 문제가 없다. 비옥하고 물이 가까이 위치한 땅을 사서 농작물 재배의 효율을 높이면 땅값이 오른다는 사실을 불편함 없이 받아들이듯 말이다.


하지만 그 기업의 주식을 사면 그 회사가 성장 할 때마다 주식가격이 오른다는 말은 잘 이해하지 못 하는 듯하다. 아니면 잘 받아들이지 못 하거나.


투자는 자본주의 세상 속 여러 사업 중에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외국에서는 투자은행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투자를 직접하고, 투자자를 모으는 증권회사들이 있다.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들어가기 힘들고, 월급을 많이 주는 회사들이라는 것이다. 만약 주식에 투자 하는 일이 도박에 불과하고 투자자들에게 사기를 쳐서 돈을 버는 행위라면, 전세계 모든 투자은행들과 증권회사들은 고연봉을 주고 고학력을 가진 사람들을 고용하여 전세계를 상대로 합법적인 사기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주식투자는 사기도 아니고, 도박도 아니다.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겠지만, 주식투자의 장점은 성장하는 회사의 가치에 투자하면 그 투자에 따른 수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는 사실이다.


주식에 투자한다면 기업 A에 관한 이야기는 잊어서는 안 된다. 상식적으로 투자를 하기 위해선 돈을 벌고 성장해왔고 꾸준히 앞으로도 성장하려 노력하는 회사를 골라 낼 수 있어야 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이 상식을 지켜가며 투자한다는 게 그리 쉽지 않다. 무단횡단은 하면 안 된다는 게 상식이지만, 한적한 거리에 몇 시간에 차 한 대 다니는 도로를 무단횡단한 사람들에게 법적, 도덕적 이유로 비난을 하는 행자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1600년대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가 주식을 발행했을 때도 똑 같은 일이 발생했었다. 당시의 주식시장을 설명한 "혼돈 속의 혼란"이라는 최초의 주식투자 관련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주식투자를 하는 부류에는 세가지 부류가 있다.


1. 주식가격이 변하던 말던 신경쓰지 않는 왕족이나 귀족들, 이 들은 주식가격의 변동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들이 오직 관심이 있는 것은 회사가 주는 배당금이다.


2. 두번째는 주식가격이 오르고 내리길 원하는 부류. 이들은 주식을 전문적으로 사고 팔며 주식을 싸게 사기 위해 소문을 만들고 주식을 비싸게 팔기 위해 소문을 퍼뜨린다. 이 부류는 자신이 가진 주식 가격에 따라 원하는 주식가격을 만들기 위해 정보와 소문을 만들어 낸다.


3. 소문에 따라 주식을 사고 파는 상인들. 이들은 풍랑이 들어 배 여러 척이 침몰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주식을 팔아 치우기 바빴고, 값비싼 향료를 가득 채우고 돌아오는 중이라는 소식에는 주식을 사대기 바쁘다."


해당 글을 쓴 작가는 이 세 부류 중 결국 돈을 가장 많이 수익을 많이 올린, 회사의 주식가격의 변동은 신경쓰지 않고,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 배당금을 챙겨간 첫 번째 부류, 왕들과 귀족이라고 한다. 돈이 가장 필요 없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지 않고 수익만을 남겨 간 것이다. 아마, 데 라 베가가,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필요 한 것은 단 두 가지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돈과 인내, 이것만 있다면 주식투자에서 성공 할 수 있다고, 400년 전 최초의 주식시장을 관찰한 작가의 이야기다.


1602년 시작한 회사는 약 200년 동안 존속했으며 연간 18%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지금은 연 18%를 매년 배당으로 지급하는 회사를 찾기가 쉽진 않겠지만,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18%의 배당을 매년 주는 회사에 1억을 투자하고, 배당금을 재투자 한다면 5년 뒤면 약 두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주식투자는 주식회사의 주식을 사면, 수익을 올린 회사는 그 수익을 주주들과 나누는, 아주 간단하게 설명될 수 있는 행위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식에 투자하려 할 때 기업 A를 찾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돈을 버는 회사의 주식을 사서 회사가 성장하며 나누는 이익을 누리면 된다. 마치 은행에 적금을 들고 이자를 받아 다시 적금을 드는 것처럼 상식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주식투자에서는 이런 상식적인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튤립 파동, 사우스 시(South Sea Company) 버블이 보여 준 것처럼, 사람들의 부를 향한 광기는 상식을 가볍게 눌러버리고는 한다. 5년을 기다려 100%의 수익을 내는 것보다 당장 하루안에 한 달 안에 10% 30%의 수익을 내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5년을 기다려 100%의 수익을 내려 할 때, 한 달 만에 30%의 수익을 낸 사람을 본다면, 또는 그 사람이 기다리는 나를 조롱한다면, 상식은 무너지고 하루빨리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과 욕심이 꿈틀거린다. 이런 일을 겪게 되면 깊이 생각하지 않게 된다. 뇌는 생각을 멈추고 감정이 투자를 하게 된다. 하루 빨리, 지금 당장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그런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걸 알고 있다. 존재한다 할지라도 천에 한 명 만에 한 명 존재할까 말까 한다.


가치투자, 장기투자를 하고 싶다면 상식적으로 생각 할 수 있어야 한다. 상식을 가지고 투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돈을 버는 기업 A를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 기업에 투자하고 성장하는 기업의 이익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인내를 가지는 건 더 쉽지 않은 일이다.


400년 전 주식시장을 지켜보고 책까지 쓴 '호세 델 라 베가'가 말했듯, 주식투자에 필요한 것은 돈과 인내 뿐이었다.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많은 것이 바뀌지 않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당시 네덜란드에는 주식회사가 하나였고, 지금은 한국만 해도 천개가 넘는 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상식까지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주식회사가 하나였다고는 하지만 무역선이 풍랑을 만났다는 소식에, 네덜란드에 대항해 영국이라는 경쟁자가 출현했다는 소식에, 두 나라가 전쟁을 한다는 소식에 단기간 폭락하는 주식을 손에 쥐고 인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델 라 베가가 말했든 주식투자에 가장 필요한 건 돈과 인내다. 하지만 400년 전과 달라진 현대 사회에서는 이익을 내고 이익을 주주와 나누는 회사를 찾아낼 능력, 상식까지도 필요하다. 돈과 인내에 더 해 상식이 필요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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