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아이유의 팔레트에서 본 25살의 사람
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닿고, 노래를 듣고 나니 어쩐지 위로를 받은 느낌이다.
사춘기 십 대의 휘몰아치는 감정보다
어쩌면 더 섬세하게 스스로의 감정과 변화들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 겁나는 것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나만 이렇지 않다는 것.
조금 촌스러운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화려하지 않아도 진정성 있는 것들에
관심 가게 되고 유행을 따르는 것보다 나만의 색깔에 주목하게 된다.
(아이유와는 다르게) 21살 때부터 계속해온 단발이 어울리지 않게 되었고,
식물을 키우고 싶어 졌고, 느린 것에도 기다리고 싶어 진다.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나이 25살.
이 애매한 중간에서 물감들이 굳고 섞여버린 팔레트가 된 기분이다.
더 이상 갓 짠 말랑말랑한 물감도 아니며
여러 색을 짜 대고 섞어대서
밝은 색은 잘 보이지도 않는 딱딱한 물감 덩어리로 가득 찬 팔레트.
사회가 원하는 바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고, 더 이상 일을 미루지도 않는다.
결과물을 술술 내놓을 수 있지만, 마냥 설레기만 하진 않는다.
눈은 늘 반쯤 감겨있고, 나를 당황시키려는 말에도
거짓말과 진실을 섞어서 마치 원래 생각하고 있었던 듯 내뱉을 수 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많은 기대를 가지지도 않으며,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엄청난 적대감을 품지도 않는다.
마음을 덜 준 만큼 덜 실망하게 되고, 관계의 깊이도 덜해진다.
그녀는 이런 생각들을 어떻게 저렇게 완벽한 예술로 표현해내는 걸까.
점점 영리한 아티스트가 되어가는 것 같은, 감성표현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듯한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