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오키나와 다이빙 가이드가 아니다”
이것은 반어법이다.
여행의 동행인들은 나의 가방을 신기해한다. 여행지에서 옷과 신발을 자주 갈아입는 것도 아니고 쇼핑을 양껏 하는 것도 아닌데 누구보다 크고 빵빵한 캐리어를 끌게 된다. 용량 큰 불룩한 가방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캐리어에는 다양한 만약에 대비하는 대책들이 준비되어 있다. 여행 기간 내내 세탁하지 않아도 갈아입을 수 있는 충분한 여벌 옷-대부분이 몸에 직접 닿는 얇은 티셔츠이다-, 두통, 멀미, 비염, 복통, 비타민 등의 상비약과 방수밴드, 손톱깎이 같은 자질구레한 소지품, 스노클이나 장갑 같은 여분의 다이빙 장비들이 있다. ‘아프거나 다치면?’, ‘이걸 잃어버리면?’, ‘만약에 -하면??’ 사소하고 대체 불가능한 무언가를 내게 와 찾는다면 가지고 있을 확률이 크다. “가방에 휴대용 다리미라도 들어 있어요?” 하는 질문에 “아뇨, 가방에 화이트홀이 있나 봐요”라고 대답했다. 내 가방의 성분은 기우와 확인 불명의 화이트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