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오키나와 다이빙 가이드가 아니다”
여행을 인생의 축소판이라 표현하곤 한다. 삶을 감지하고 선택에 대한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인다. 한정된 시간을 어떤 식으로 즐길 것인가, 선택의 결과로 인한 기쁨과 실망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결정한다. 여행을 오면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즐겁고자 한다.
일상을 보내던 서울 생활과는 다르다. 서울과 오키나와, 같은 시료로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다른 감각과 결과를 갖는다. 처음 밟는 도시에서는 많은 것을 새롭게 익히고 적응해야 한다. 히라가나, 가타카나만 겨우 읽는 일본어, 운전석의 위치, 쓰레기 분리수거 방법, 편의점의 어떤 맥주가 맛있고 어떤 야채 주스가 맛이 없는지 모르고, 식당의 메뉴판과 주문 방식도 생소하다. 매일 어떻게 움직일지 고민하고 결정하고 도시를 학습한다.
서울에서는 제법 숙련된 생활자이지만 낯선 곳에 던져지면 포맷한 컴퓨터가 된다.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알아보고 설정하고 실행해보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사소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바짝 긴장하는 것에 피식 웃었다. 어린아이로 들어간 것 같았다. 작은 일을 해내고 뿌듯해한다. 몸에 배어있는 타성,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오랜만이다. 여행은 안락하고 편안한 집을 두고 수고스러운 길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것이다. 돌아갈 곳이 있고 기한이 정해져 있는 소심한 일탈로 서툰 나를 감지한다. 스스로 선택한 제한된 위험은 안전지향의 소심한 생활자에게 일탈에 대한 작은 만족감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