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사회와 자유를 위한 투쟁
얼마전 카카오톡에서 진격의 거인 이모티콘이 출시된 것을 봤다.
이모티콘이 제작되어 나올 정도로 진격의 거인에 대한 인기가 뜨거운 것 같다.
진격의 거인은 꽤 철학적인 대사가 많이 나오는 만화다. 캐릭터도 독특하다. 좀 끔찍하기도 하지만. (거인이 사람을 잡아먹을 때라든지, 주인공(?) 엘렌이 거인에게 잡아 먹힐 때 팔, 다리가 잘려 나가는 장면 등이 여과없이 나왔다. 어린이들이 보기엔 좀 안 좋을 수도)
진격의 거인의 전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부모님이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미카사는 때마침 자신의 집에 찾아온 엘렌에 의해 인신매매범에 의해 팔려갈 뻔한 상황에서 구조된다. 그리고 오갈데 없어진 미카사는 엘렌 가족과 함께 살게 된다.
이 만화에서 인류는 벽 안에서 생활한다. 세 개의 벽으로 둘러쳐진 곳에서 (안쪽이 가장 안전한 쪽이다.) 생활하는 인류는 거인을 피해 숨어 사는 것으로 나온다. 몇 백년 동안 평화는 유지되지만, 거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류는 조사단을 파견해 거인의 동태를 살핀다. 그 과정에서 죽는 이들도 다수 있었다. 어린 엘렌은 벽 밖의 세계가 궁금하다. 그래서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한다. 또 거인과 맞서 싸우고 싶어한다. 엘렌의 어머니는 당연히 이를 반대하고, 미카사도 그런 엘렌이 걱정스럽다. 그러던 어느날 거인이 벽을 부수고 침입해 엘렌의 마을 사람들을 잡아 먹는 일이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엘렌의 어머니도 거인에게 잡아 먹힌다. 그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한 엘렌은 조사단에 들어가게 되고, 거인을 잡아 죽이겠다는 복수심에 불탄다. 이것이 이 만화의 큰 줄거리다.
거인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어서 여러가지 설이 나돌고 있다. 그런 것을 찾아보는 재미도 이 만화를 보는 재미만큼이나 쏠쏠한 것 같다. 엘렌은 나중에 거인이 된다고 하던데. 엘렌 아버지가 엘렌을 거인으로 만드는 주사를 엘렌에게 놓아서 거인으로 변해 인간을 잡아 먹는 거인들에게 맞서 싸운다. 또 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 거인들도 있다고 한다. 그들 중에는 엘렌과 같은 조사단에 속해 있는 이들도 있어서 흥미를 더한다.
힘 있는 자가, 약한 자를 먹고,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속에서도 엘렌만은 엘렌 친구가 말했듯 '단지 강해지려고' 한다.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거인과 인간의 싸움. 거인은 생존본능에 의해 싸우고, 인간들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거인도 식인형과 전투형으로 나뉘는 것 같은데, 전투형 거인들의 특징은 마르고 배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일듯 하다. 약간 근육질의 몸들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 식인형 거인보다 지능도 뛰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식인형 거인은 움직임이 둔하고, 배가 나왔다는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진격의 거인은 처음부터 인류를 벽 안에 가둔 채 시작하는데, 이 벽은 계급으로 나뉘어져 있는 게 특징이다. (설국 열차의 그것처럼) 거인의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벽 바깥쪽에는 조금 가난한 사람들이 산다. 이런 특징을 생각해볼때 거인들 사회에서도 일종의 계급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식인형 거인을 지배하는 쪽은 아마도 전투형 거인이지 않을까? 식인형 거인이 전투형 거인의 지배를 받는 것은 지능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인간을 먹으면 '지능'이 생긴다라거나. 뭐 그런 이유가 있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도 좀 든다.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은 자가 강하다는 말도 있듯이 진격의 거인에서는 살아 남은 사람들이 강한 사람으로 명명된다. 조사병단의 제복 뒤에는 '날개' 문양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유의 날개'로 불린다. 인간은 생존본능에 의해서만 움직이진 않는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로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이다.
그리고 목숨보다 소중한 무언가를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할 수 있는 존재이다. 때로 어떤 사람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진격의 거인에서 엘렌이 소속되어 있는 조사병단은 '자유를 수호'한다. 벽 밖으로 나가고 싶어 조사병단에 들어온 유미르나, 엘렌 역시 자유의 수호자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자신이 있던 안전한 세계를 부수고 모험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히는 이 이야기는 볼 때마다 많은 것을 느끼게 만든다. 살아남기 위해 - 아니, 정확하게 거인을 이기기 위해서 '인간성마저도 버려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서 아프게 꽂히는 것도 현대의 생존게임 역시 이와 유사한 형태로(내가 살기 위해 남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경쟁구도) 흘러가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는 이 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잔혹하니까. 그러나 그 잔혹한 세계(약육강식)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아니, 인간답게 살기 위한 싸움을 하는 유일한 인간(엘렌)이 있다면 어쩌면 싸우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