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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Nov 20. 2023

얘야, 우린 은행에 빚을 지고 산단다

천덕꾸러기가 된 은행나무

은행나무 잎이 바닥에 수북하게 쌓여 있다. 며칠전 내린 비때문인지 바닥에 착 들러붙어 있다. 한 여자아이가 은행나무 잎을 보며 “싹 쓸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진 말 “죽었으면 좋겠어”


은행나무 열매인 은행은 우리 몸에 이로운 성분이 많지만 바닥에 떨어져 밟히는 순간 이상한 냄새를 풍긴다. 암수인 은행나무에서만 나는 냄새인데 이전에 가로수로 은행나무를 심을 당시에는 암수 구별을 잘 하지 못해서 닥치는 대로 그냥 심었다고 한다.


사실 은행나무는 심어서 자란 이후 15년의 시간이 지난 뒤에라야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보고 암수 구분을 할 수 있다. 이 냄새는 은행나무의 비오볼이라고 하는 물질 때문에 나는 냄새이다. 은행나무 겉껍질에 함유되어 있는 이 물질은 독성물질이라고도 한다. 인체 접촉 시 피부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로수로 심긴 은행나무 때문에 지자체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도에 떨어진 은행나무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기 때문이란다.


이런 불편함이 있지만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많이 심기는 이유는 은행나무가 가지고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나무는 방화 식재로 불이 나도 잘 옮겨 붙지 않는다고 하고 병충해에도 강하다. 또 가로수로 심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매연 등에 강해 유해물질을 빨아들여 공기를 정화한다. 먼지를 잘 흡착시킨다고도 하니 분진을 없애는 데도 도움을 주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불이 나도 잘 옮겨 붙지 않는 나무이고 병충해에 강하니 관리하기 까다롭지 않으며 유해물질을 잘 빨아들이니 가로수로 많이 심어졌던 것 같다. 다만 바닥에 떨어지는 이 은행나무 열매가 골치인데 떨어지기 전에 치우면 될 일이겠으나 제때 치우지 못함으로 인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은행 냄새가 고약하긴 하지만 사람은 길가에 있는 은행나무로 인해 도움을 받고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은행나무가 싫을 수는 있지만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어린아이의 악의에 가득찬 말이 마음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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