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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Aug 30. 2023

일진 놀이하는 초등학생

요즘은 초등학교에도 일진이 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최근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 초등학교에 다니는 한 남자아이가 학교에 일진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을 듣기도 했고. (일진이랑 친한 걸 자랑하듯이 말했다) 요즘 아이들은 그것을 일종의 놀이처럼 여기는 듯하다. 일진과 인싸를  같다고 여기는 것 같기도 하고.

Photo by Matese Fields on Unsplash

초등학교 근처를 지나가다가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으로 보이는 키가 작고 왜소한 남자 어린이에게 고학년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들 무리가 인사를 받는 것을 보았다.


그 여자 아이들은 학교로 들어가는 입구에 옆으로 나란히 서서 입구를 막아 통행을 막으며 인사를 받았고 그 남자 아이가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면서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깍듯이 폴더 인사를 하자 그제야 길을 비켜주며 “어, 그래 가라”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왠지 일진 무리인 것 같아 그냥 넘길 수 없어 그 학교 스쿨톡에 관련 내용을 남겼더니 이후부터는 보이지 않긴 했지만.


그리고 오늘 알게 된 것이지만 일진의 리더에게 일진회 학생들이 등교길에 인사를 하는 규칙 같은 것이 있으며 일진회 학생이 아닌 아이들도 인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정말 일진이었나 보다.


그 일진 무리로 보이는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어린이 중에 얼굴을 아는 아이가 한 명 있다. 그 아이가 놀이터에서 늦게까지 있어도 (저녁 8-9시 넘도록) 부모가 찾으러 오지 않는 것을 퇴근길에 남편이 본 적도 있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가 저녁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아도 그 아이의 부모는 찾지 않는 것일까? 더군다나 여자아이였는데.


10대 학창시절에 같은 반에 가출을 밥 먹듯이 하던 아이가 있었다. 알고 보니 가정 형편이 그리 좋지 못했고 (요즘 얘기가 나오는 실내화 깔창을 생리대 대용으로 쓰기도 했던 아이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무직에 알콜에 절어 살고 엄마는 계모였다. 물론 그 아이가 가출을 해서 어떻게든 졸업을 시켜야 한다면서 담임 선생님이 우리 반을 다른 선생님께 임시 담임을 맡기시고 직접 그 아이를 찾으러 다니면서 그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어 알게 된 부분이었지만.


보통 10대에 방황하는 여자아이들이 가출을 하다가 화류계로 많이 빠지게 된다며 그런 점을 많이 우려를 하셨다.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지금 생각해도 학생을 진심으로 위하고 생각하는 참 좋은 선생님이셨던 것 같다.


아무튼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도 그 나름대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가출을 했던 아이가 내 짝이 된 적이 있었는데 하루는 학교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이상이 없어 나중에 이상 있으면 연락하라고 해서 연락처를 받았지만 그냥 바로 학교로 왔다고 하기에 교통 사고 후유증은 나중에 나타날 수도 있으니 지금 멀쩡한 것 같아 보이더라도 나중에 병원에 꼭 가 보라고 이야기해준 일이 있었다. 그러자 그 아이가 내게 그런 얘기를 해준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며 고맙다고 눈물까지 글썽였다. 부모님도 그런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면서. 그리고 꼭 병원에 가보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을 당시에도 마음이 아팠지만, 나중에 그 아이의 사정을 알고 나서 그 일이 더 마음에 아프게 오래 남게 되었다. 가끔 그 아이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 아이가 어디서든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또한 갖고 있다.


요즘 일어나는 묻지마 살인 등은 가정교육의 부재가 불러온 참극 같다. 물론 가정환경이 나쁘다고 해서 다 범죄자가 된다거나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범죄자들 대부분은 가정환경이 불우한 경우가 많고 또 그런 가정환경을 비관하며 자란 경우가 많다.


가정형편이 좋지 못하더라도 부모가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고 올바르게 가르쳤다면 나쁜 일을 저지르는 사람으로 자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녀를 사랑으로 잘 보살피며 바르게 교육하는 일은 부모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등한시하여 일어나는 일들은 오직 한 가정의 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요즘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잘 키워야 한다. 정말. 사회에 큰 보탬은 못 되더라도 해를 끼치는 인물로 성장시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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