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갓 구름과 김삿갓
무심코 바라본 창문. 그 창문 밖으로 구름이 산에 걸려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산할아버지 구름 모자 썼다” 고 하니, 아이가 저런 구름은 ‘삿갓 구름’이라고 한다고 알려주었다.
여기 저기 자유롭게 여행하며 떠돌다 산에 걸린 구름이라 삿갓 구름인가 생각하다가 문득 삿갓 구름은 김삿갓에서 유래된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삿갓으로 알려진 이는 조선 후기의 선비이자 시인이었던 김병연(金炳淵)이다. 김삿갓은 김병연의 별명이다. 삿갓을 쓰고 인생의 많은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낸 방랑시인 김삿갓.
김삿갓은 자신의 삿갓에 대한 마음을 시로 써서 남기기도 했다.
나와 삿갓
내 삿갓은
정처 없는 빈 배
한 번 쓰고 보니
평생 함께 떠도네
목동이 걸치고
송아지 몰며
어부는 그저
갈매기와 노닐지만
취하면 걸어두고
꽃 구경
흥이 나면 벗어 들고
달 구경
속인들의 의관은
겉치레, 체면치레
비가 오나 바람 부나
내사 아무 걱정 없네
삿갓을 쓰고 전국 방방곡곡을 유랑하며 살았던 김삿갓은 ‘취하면 걸어 두고 꽃 구경, 흥이 나면 벗어 들고 달 구경을 했고, 비가 오나 바람 부나 삿갓 하나 쓰고 있으면 아무 걱정 없다’고 노래했다. 삿갓 구름을 보며 김삿갓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