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을 내려두는 연습
내가 만약 베이징에서 짧게 머무는 여행자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 있다. 바로 갔던 곳을 다시 가는 일. 2박 3일, 3박 4일처럼 짧은 시간 안에서 같은 장소, 같은 식당을 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니까.
나는 늘 새로운 것을 하나라도 더 보고,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노력하는 전투적인 느낌의 여행자였다. 그래서 10년 전 페루에 위치하고 있는 고산 도시 ‘쿠스코’에서 고산병에 시달리며 2일간 꼬박 게스트 하우스에 누워 있었을 때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없는 휴가, 있는 휴가 다 쪼개서 30시간 동안 날아왔는데 이 귀한 시간을 버리다니, 2일이 꼭 2주 같이 느껴졌다. 그때 나의 감각은 분명 '시간을 버렸다'는 억울함이었다. 그 시간조차 여행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기에는 나는 너무 어렸다.
베이징러로, 생활자와 여행자의 애매한 중간 지점에서 도시 산책을 하고 있는 나의 가장 큰 특권은 바로 갔던 곳을 여러 번 간다는 것이다. 익숙하지만 낯선 이 도시에서 나는 어떤 죄책감도, 조바심도 없이 마음에 드는 곳을 계속 간다. 가서 걸었던 후통을 또 걷고, 먹었던 음식을 또 먹는다. 그때는 이걸 왜 못 봤지? 놀라워하며 매번 새로운 것들을 발견한다. 좋아하는 것을 여러 번 다시 하는 즐거움은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예전의 나로서는 상상해보지 못한 기쁨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나태주 시인의 글귀는 진짜 그렇다. 베이징도 내게 그런 도시다.
요즘 내가 시도 때도 없이 가는 곳, 왕징에서 매우 가까운 봉황후이(凤凰汇) 쇼핑몰과 그 옆의 里巷 Street.
봉황후이 쇼핑몰에는 생활용품 브랜드 <O.C.E>가 있고, 凑凑(훠궈)/小大董(베이징 카오야)/绿茶餐厅(중식_家常菜)/MiamMiam(웨스턴) 등 맛있기로 소문난 식당들이 즐비하다.
쇼핑몰과 연결되는 '里巷 Street'에는 7시에 문 여는 스타벅스 리저브가 있어서 자주 갔는데, 최근 좋아하는 브랜드 <京A>와 <小苏苏>가 무려 야외 테라스 석을 보유하고 이곳에 입점하면서 애정도가 더욱 상승했다. 이곳에 운남 요리 <半山腰>, 후난 요리 <湘爱>, 태국 요리 <Aroi Thai>, 피자 <FORNO> 등 다양한 요리들을 분위기 좋은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
스트리트 출구로 나가면 왼쪽으로 3분 거리에 베이징에서 먹은 가장 맛있는 삼계탕 <고은 삼계탕_高恩参鸡汤>, 사천요리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천회관_四川会馆>이 있고, 오른쪽 3분 거리에 멋들어진 건물 '1959时间里'이 있는데 이곳에 <ORio Eatery>와 <TIGERS老虎西餐>, 그리고 카페 <We'd Do Coffee>, <NUTS Cafe&Vin>가 있다. 이러니 자주 가지 않고 배기냐고.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매 순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믿어온 사람의 일종의 조바심을 내려 두어도 되는 일. 그런 나를 다그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좋아하는 곳에 계속 가고, 좋아하는 음식을 계속 먹고, 좋아하는 노래를 계속 듣는다. 시간의 효율성 말고 내 마음의 소리를 따라서. 그나저나 주걸륜 노래 6곡을 며칠째 계속 듣고 있다. 가을 바람과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주걸륜 완소 음악 리스트
晴天-最长的电影-告白气球-安静-好久不见-听妈妈的话
이곳에서 놓칠 수 없는 행복들
1. 京A 야외 테라스에서 맥주 샘플러 마시기, 매주 새로운 맥주를 선보이는 수제 맥주 브루어리 京A
2. 사천요리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천회관_四川会馆>에서 마파또우프(麻婆豆腐), 딴딴멘(担担面), 꽁빠오지딩(宫保鸡丁) 등 쓰촨 요리 대표 선수들 먹기
3. 밤이 되면 더 멋있어지는 <里巷 Street> 야경 구경하며 걷기
베이징_도시산책
도시를 산책하며 마음을 산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