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으로만 생각하거나 표현하기 귀찮아하는 감탄들을 종종 건네곤 했다.
오늘 헤어스타일이 예쁘시네요, 옷이 참 잘 어울려요, 여기 음식이 입맛에 꼭 맞네요.
그 감탄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물론 큰 의미 없이 지나쳐 가는 사람들을 향하기도 했다. 미용실 원장님이라든지, 식당 사장님이라든지, 경비 아저씨라든지... 사실 어찌 보면 오지랖이라고도 보일 수 있는 칭찬의 말들이었다. 사춘기 시절에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얘기들을 늘어놓는 엄마가 신기했고, 가끔 예상치 못한 급작스러운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상대방을 보았을 때는 무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무언가를 접했을 때, 누군가를 만났을 때 마음속에서 몽글몽글 생기는 그 감정들을 세상에 꺼내 놓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귀한 일인지. 누군가 나에게 마음을 표현해 줬을 때 사소하고 작디작은, 어쩌면 상대방은 본인이 내뱉었는지도 모르는 그 좋은 말들에 내가 얼마나 행복했고, 위로받았는지... 경험했기 때문에.
그리하여 다정한 인사를 스스럼없이 꺼내는 엄마를 닮고 싶은 것은 내 오랜 바람이 되었지만, 아직 쉽지는 않다. 그래서 하루를 마감하는 늦은 밤에는 늘 작은 아쉬움들이 남는다. 아까 떠오른 그 마음과 생각을 조금 더 표현할걸, 좋아 보인다고 얘기할걸, 나의 쑥스러움보다 상대방의 행복이 훨씬 클지도 모르는데, 아직 더 연습이 필요하구나, 하고.
2022년 동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首钢园>. 이곳은 사실 몇 년 전 학원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곳이다. 조금 불안해하면서 학교 어학당에서 학원으로 옮겼는데 기대보다 너무 잘 가르쳐서 감탄을 불러일으키던 한링크의 로빈쌤. 사진과 여행을 좋아하는데다 나이도 동갑이라 공통점이 많았다. 어느 주말, 쌤의 위챗 모먼트에 올라온 사진 몇 장. '798 예술구'스러운데 798은 아닌 것이, 공장 지대 느낌이 분명한데 남다른 멋이 있었다. 바로 首钢园이었다. 首钢기업은 중국의 철강 기업 중 하나로 이곳은 쇼우강 기업의 예전 공장 부지를 개조해서 만들어진 예술 단지이자 공원이다. 약 10만 평쯤 되는 공장 부지를 관광지로 거듭나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 주말인데도 곳곳에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의 스타벅스는 왕홍에게 매우 유명한 다카디로, 2020년 베이징 핫플레이스 명단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 곳이다. 공장 아래 싱바커. 이렇게 이질적인 풍경이라니. 주말이라 사람이 넘쳐 나서 자리가 없었다. 한 바퀴 천천히 둘러보고 호수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철 산업에는 아예 관심이 없던 터라 철광석, 용광로 이런 단어들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 잡학 다식 춘은 아이에게 용광로와 제철 산업에 대해 설명해 주고, 나는 옆에 가만히 앉아서 포스코 다니는 유치원 친구인 K를 떠올려 보고,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세계가 너무 많다는 것을 여전히 절감하는 마흔의 나를 신기해하며, 신나게 공원을 걸었다.
이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행복들
1. 엄청나게 거대한 용광로 아래의 예술 서점 <全民畅读书店_首钢店> 구경하고 용광로 모양의 아이스크림 먹기
2. 'Shang Brew(香啤坊)' 야외 테라스에서 호수에 내려 앉는 노을을 보며 수제 맥주 마시기
3. 다이내믹한 공사 현장 구경
낯선 언어로 마음을 꺼내 놓는 일은 두 배로 어렵다. 하지만 그 마음이 가닿는다면 두 배로 더 감동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이곳을 산책하며 어설픈 언어로 마음을 꺼내 놓는 연습을 한다.
정말 맛있었어요.
친절하게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이 마음에 쏙 들어요. 한국 친구들에게 꼭 소개해 주고 싶어요.
흔하고 단순한 칭찬의 말이라도... 곧 모두에게 잊혀질 말일 지라도 표현하지 않는 마음은 거기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니까 약간의 용기를 쥐어짜서 꺼내본다. 당신의 무언가에 감동받은 내가 여기에 있다고. 그러니까 우리 같이 힘을 내고 앞으로 걸어가 보자고. 우리는 가끔 아주 낯선 이의 낯선 칭찬에 기대어 힘든 시절을 버티기도 하니까. 내가 내게 닿은 좋은 말들과 칭찬들을 딛고 여기까지 왔듯이.
조금 용기내어 내 마음을 세상에 꺼내어 보일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어쩌면 충분하다.
베이징_도시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