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이로부터

그 크리스마스트리

by 심루이

그 크리스마스트리

드디어 왔다. 그 비에이 크리스마스트리에. 홋카이도 여행의 하이라이트 같은 곳. 이 그림 같은 광경을 처음 본 순간이 생생하다. 15년 전 회사 동료가 건네준 한 권의 책, <비에이로부터>. 홋카이도도 아니고 삿포로도 아니고 비에이라니. 당시 다녀온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이나 페루 마추픽추보다 더 멀고 이국적이게 느껴졌던 세 글자. 이후 이어진 육아와 베이징 생활로 돌고 돌아 이제서야 이곳에 당도했다.


이곳도 닝구르테라스만큼이나 붐비는 인파로 유명한 곳이라 아침 7시에 서둘러 호텔 체크아웃을 했다. 고요해서 더욱 비현실적이었던 아침의 크리스마스트리. 물론 이 풍경을 마주한 내 마음은 고요하지 않았다. 15년의 시절을 건너온 만큼 쿵쾅쿵쾅 요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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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차기와 어퍼컷

크리스마스트리에 가기 전 사진 포즈와 구도를 생각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워낙 유명한 포토스팟이라 마치 덕질하는 유명한 연예인을 코앞에서 발견한 것처럼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경향이 있다. 요즘 비에이 여행의 대세 코디인 흰 패딩에 푸른 계열의 머플러(+노르딕니트)를 하고 화보처럼 예쁜 사진을 찍는 젠지 커플들이 많다.


하트와 꽃받침 포즈로 시작한 우리의 마무리는 역시 발차기와 어퍼컷이었다. 우리에게 어울리는 건 역시 로맨틱보다는 시트콤이야...라고 생각하던 찰나 아이가 3분할 사진을 찍어준다. 내가 춘에게로 달려가는 사진. 천년만년 행복할 것 같은 커플 탄생.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어 달라는 부탁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지만 비에이 크리스마스트리는 무척이나 특별하기에 옆에 있던 한국인에게 사진 품앗이를 부탁했다. 순식간에 무려 30장을 찍어주신 당신은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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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비에이 (18).jpg 순식간에 가족사진 30장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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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신관 자작나무숲과 비에이 마을

크리스마스트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비에이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린 사진작가 마에다 신조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탁신관이 있다. 제주도의 김영갑 갤러리가 겹쳐지던 공간. 치요다 소학교 체육관을 개조했다. 탁신관 건물에 있던 올리브그린 카페 <SSAW BREW>를 보니 너무 아름다워서 말을 줄였다.


탁신관의 자작나무 숲은 어딜 찍어도 작품이 탄생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아이는 홋카이도 여행 버킷리스트를 완성했다. 바로 눈 위에 드러눕기. 세상 행복해 보이는 아이 옆에 거센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웨딩 사진을 찍는 중국인 커플이 있었다. 드레스 위로 드러난 맨살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스고이스고이(すごい), 리하이리하이(厉害).


전망대에 올라가서 내려다 본 비에이 마을은 영화 세트장 같다. 이곳이 누군가에게는 생활의 터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비에이역 앞에서 바라본 마을의 모습도 오래 머릿속에서 리플레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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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바라 본 비에이 마을
홋카이도 비에이 (61).jpg JR 비에이역에서 바라 본 비에이마을

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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