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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투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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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스 Jan 28. 2022

점쟁이의 예언

투병 3일 차

2021년 1월 20일  



"엄마가 많이 아프실 거야. 돌아가실 수도 있어."

임신 막달 즈음 남편 바리가 답답한 마음에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갔다.

당시 점쟁이는 바리의 어머니가 1월 3~4주 정도에 많이 아프실 거 같다며, 돌아가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때의 난 나쁘게도 내 엄마가 아닌 바리의 어머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부터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마음을 괘씸히 여긴 것인지?


우연의 일치, 아니면 정말 그 점쟁이가 용해서 인지 내 엄마 영의 아픈 시기가 그의 말과 맞아떨어 그래서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그 말이 떠오르면, 아찔해진다. 조금이라도 숨을 허투루 쉬면 곧바로 떨어질 절벽 경계선에 서있는 기분. 우리는 왜 그때 점을 봤을까. 아니 그 점쟁이를 더 빨리 찾아갔다면 괜찮았을까.


오늘 오전 영은 막힌 담도를 뚫플라스틱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했다.

(담도가 막혔을 때 피부 및 간을 통해 접근, 스텐트를 삽입하여 장으로 담즙이 배출되도록 하는 시술)

제왕절개를 위해 수술대에 올라 느꼈던 등 쪽의 서늘함이 떠올랐다. 하반신 마취를 위해 새우 모습으로 등을 구부리고 있던 난 외롭다는 생각을 했었다. 엄마 영이 누워있을 그곳의 공기는 더 무겁고 차갑겠지.  


딸 마리의 기침이 심해져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어 오늘은 처음으로 나 혼자 마리를 돌본다. 그날이 하필 엄마의 첫 시술 날이라 속상하다.

 

회사에 연차를 낸 오빠가 엄마 옆을 지키기로 했다.

30분 걸린다는 시술은 한 시간이 넘어서야 끝났다.

어제 담당 의사는 담도 쪽은 시술이 어려운 부위라 주변의 췌장을 건드릴 수도 있고 천공이 생길 수도 있으며 실패를 할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술에 대한 합병증도 많다고.

의사는 입만 열면 무서운 말만 한다.


땀 흘리면서 자고있는 딸 마리.

아픈 딸 마리는 약기운에 하루 종일 잔다. 그 덕에 마음 편히 하루 종일 다.

딸 마리는 기질적으로 예민하다. 게다가 내 다리 상태가 좋지 않은 탓에 종종 시가와 친정에서 딸을 봐주곤 는데 유독 엄마 영이 마리를 돌보는 것을 힘들어했던 것이 떠오른다. 영에게 마리를 봐달라고 말하며 서로 서운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후회와 더 많은 후회. 죄책감과 더 많은 죄책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가슴을 부여잡고 운다.


영의 집에서 우리 집은 바로 오는 버스가 없어 두 번을 환승해서 와야 한다. 같은 지역권 내이지만 시내버스 노선이 그러다 보니 왕복이 2시간 걸리는 위치에 우린 떨어져 산다. 영은 비염으로 훌쩍이는 코와 마른기침을 마스크 안에 숨기고 나와 바리를 먹일 무거운 반찬을 싸들고 온다. 그날도 영은 유독 피곤해 보였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은 내게 말했다.

"A야, 잘 먹고 몸 좀 잘 챙겨라."


지금 생각해보니 영의 피곤함은 암의 증상 중 하나였다. 체력 저하와 식욕부진.

나는 갓난쟁이 하나 돌보지 못할 피곤함과 먹고 싶은 것이 없어 그저 밥과 김치로만 끼니를 때워오던 영의 일상을 알면서 모른 척했.

약 기운에 자고 있는 마리를 보며 영의 그 말, 아픈 당신이 나에게 잘 먹고 몸 잘 챙기라는 그 말이 떠올라 또 한 번 크게 울어버린다. 자고 있는 마리에게 말한다.

"마리야, 너는 아직 아가이니까, 죄를 짓지 않았으니, 그 순수한 마음으로 내 엄마 영을 위해 기도해주라. 우리 엄마 아프지 말라고 기도해줘."

아픈 마리는 잠에서 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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