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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투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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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스 Jan 31. 2022

당신은 암입니다.

투병 5일 차

2022년 1월 22일


어젯밤 시어머니와 카톡을 주고받았다.  

영의 상태를 전해 들은 시어머니의 위로의 카톡에 난 병원 엘리베이터 옆 구석에서 펑펑 울어버렸다. 영에게 부은 눈을 보여주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밤 10시가 넘어 병실가자 담당 간호사가 날 부른다.

"방금 주치의 선생님이 다녀가셨는데 어머님이 충격을 받으신 거 같아요. 좀 달래 드려야겠어요."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우고 울고 있는 사이 주치의가 다녀와 잠든 영을 깨웠다했다.  

그리곤 잠이 덜 깬 그녀에게 그는

"암입니다."

라고 말했다고.

보호자라도 있을 때 말해줬다면 좋았을. 겨우 뒤척이다 잠든 환자를 깨워서 암이라고 말을 어야 했을까. 그게 의사 당신들이 말하는 소명인 것이야?

간호사 말에 의하면 암이라는 말에 잠도 덜 깨 누워있던 영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고 했다.

"암이라고요?"라고 반문하며.

 

침대의 커튼을 재치니 영이 누워있다. 초점이 없는 눈빛.

나와 오빠는 영의 암 가능성에 대해 이미 많은 정보를 찾아보며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영은 자신이 '아주 드물게 염증' 일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터였다.

영이 말한다.

"그래, 대부분 암 환자들이 그렇다더라. 자신은 암이 아닐 거라고. 나도 염증일 줄 알았는데 암이라네."

 

영은 담도암 판정을 받았다. 정확한 병기와 전이 상태는 예정된 추가 mri와  pet CT를 통해 확인된다.

그때까지 우린 마냥 낙관을 기대하며 긍정하고 있어야 한다.



아픈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 싫어하는 영 때문에 몰래, 자고 있을 때, 소리가 나지 않는 어플로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린 침대에 앉아 긴 대화를 나눈다.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영은 걱정한다.  

암에 걸려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일차 생존에 대한 생각이 아닌

암에 걸리면 일을 제대로 못 할 건데 그럼 나 뭐 먹고살지?

  

능력 없는 자식은 입에 추를 메단다. 숙인 고개가 바닥으로 꺼져간다.  

"엄마,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더라. 내가 일을 더 하면 되지. 그러니까 치료하는 데만 집중하자."

난 그녀의 앞에서 괜찮은 척, 능력 있는 척 제법 거만하게 웃는다.

속에 가득 찬 말은 한마디도 못 꺼내면서. (암에 걸려서도 돈 생각부터 하게 해서 미안해 엄마. )


우린 이날 밤 오랜만에 잠자리에서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앞자리 환자에 대한 이야기, 오늘도 말썽을 피운 내 딸 마리 이야기, 잠을 깨운 무뚝뚝한 주치의 이야기.

그리곤 영과 나는 침대에 누워 밤새도록 뒤척다.



-

날이 밝았다. 엄마 영이 암 선고를 받은 지 하루가 지났다.

날씨가 흐리다. 우리는 창가에 앉아 흐린 날씨 탓을 한다.


입원 사흘 만에 영의 팔은 주삿바늘이 만든 멍으로 얼룩 거 린다. 오전 담당 간호사는 영의 팔을 보며 "어젯밤 팔 안 아팠어요? 아팠겠는데? 주사 다시 꽂아야겠어요."라며 또다시 주사를 뺐다 놓겠다 말한다.

겁 없는 영도 주사는 싫은가 보다. 안 아프니 그냥 하고 있으면 안 되겠냐고 말해보지만 간호사는 단호하다.

그래서 이왕 주사를 빼는 김에 영은 샤워를 할 계획이다. 수술을 하면 더 머리를 못 감을 테니 지금이 적기라며.

영은 입원 시 자신이 큰 병이 아닐 거라 생각하며 고작 속옷 두 개와 세수용품 정도만 챙겨 왔을 뿐이다.

난 아침 7시 부랴부랴 병원의 문 연 편의점을 찾아 전속력(그래 봤자 남들에겐 천천히 걷는 속도겠지만. 난 아직 뛰지 못한다.)으로 향한다.

이제부터 영에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다. 늦게 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미안해 두 주먹을 꾹 쥐어 내 머리통을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주삿바늘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샤워를 조심해야 하는 영을 데리고 샤워실로 들어다. 내가 영을 샤워시키는 일은 태어나 처음이다. 요 며칠 태어나 처음인 일이 참 많다.

영의 등을 닦는다. 하얗고 야위었다.

내 딸 마리가 떠올랐다. 그 조그맣고 새하얀 몸뚱이를 닦아줄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 영의 등에선 서러움과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우린 침대에 앉아 팔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은 말한다.

"나는 고독한 팔자야. 어릴 적에도 있잖아. 집 그림을 그리면 난 초가집 하나에 창문 하나를 그렸어. 길 옆에 나무도 많이 없어. 이렇게 외롭게 살 팔자여서 그랬나 봐."

영에게 그 고독한 집을 그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암에 걸린 것도 팔자이고, 그리고 나을 것도 당신의 팔자일 것이니 걱정하지 말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이것뿐이다.



영이 어릴 적 그렸다는 집 그림. 작은 초가집 하나에 창문이 하나 있고 그 앞에 도로가 있다. 인근에 나무도 몇 그루 없는 쓸쓸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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