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찐”
중국 여행 중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나이다. ‘매우 가깝다’라는 뜻의 중국말. 거리가 가깝다는 표현은 의외로 주관적이다. 예를 들어 ‘택시를 타지 않고 걸어갈 만큼 가까운 거리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듣는 사람에 따라 답은 달라질 것이다. 더 정확히는 듣는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의 크기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베이징 여행 중 위의 질문을 중국 사람들에게 했던 적이 있다. 내가 생각한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10분, 혹은 길어야 20분 정도였을 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질문’한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매우 가깝다고 한 다음 지하철역은 걸어서 한 시간이 걸렸으니 말이다. 처음엔 거짓말(?)을 한 중국 사람에게 화가 났지만, 이내 ‘거리 상대성 이론’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내가 만난 많은 중국 사람들에게 ‘가까운 거리’란 대체로 한국 사람들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자신이 사는 세상의 크기에 따라 가깝다, ‘멀다’라는 개념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작은 섬에서 살던 후배에게 옆마을은 큰 마음을 먹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광활한 대륙에서 살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가까운 거리는 (물론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상황에 따라 걸어서 1시간 일 수도, 2시간 일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거리의 개념이 다른 이유는 경험한 것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들에 기반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내가 정의한 세상의 크기에 따라, 거리도 크기도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내가 사는 세상의 크기를 더욱 크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느끼면서, 더 큰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다.
여행을 통해 특별한 답을 얻을 순 없어도, 쌓이고 쌓인 다양한 경험들은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회사를 다니면서 쉬지 않고 여행을 다니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더 큰 세상을 보면서, 한 뼘 더 큰 생각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