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떠나는 것이 아쉬워 글을 끄적입니다. #7
회사에서 저녁을 먹으며 문득 팀원이 물었습니다.
'꿈이 뭐야?'
한 분은 남들이 기억할만한 광고 10개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답해주셨어요. 한 분은 섹시한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요. 한 분은 그때 순두부찌개가 맛있어서 정확히는 듣지 못했습니다만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나요? 죄송하네요.. (다음에 꼭 기억할게요.)
제가 대답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딱히 내 꿈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내 꿈은 뭘까.. 흠.." 그러다 대화 주제가 다시 그분이 생각하는 섹시한 크리에이터에 관한 얘기로 자연스럽게 옮겨갔습니다. 저는 대답을 끝맺지 못했죠.
내 꿈은 뭘까요?
집을 가는 택시 안에서, 아침에 머리를 감다가 그리고 책을 읽다가 문득문득 생각해봤습니다.
내 꿈은 뭘까?
제 꿈은 다른 사람들처럼 많은 변천사가 있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저의 첫 번째 꿈은 주유소 직원이었습니다. 유치원 시절 꿈이었어요. 기계에서 기름이 나오는 게 신기했고, 주유소 냄새가 좋았나 봅니다. 부모님이 무척 싫어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시절에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막연히 웃기고 싶은 마음에 '우주 정복'이라고 발표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중학교 때 꿈은 남들처럼 부모님이 강조하신 '검사, 변호사'. 고등학교 시절에는 '기자'가 꿈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제 꿈은 '뭘 하든 만족하며 사는 것이 꿈이었던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건 나이가 들수록 제 꿈은 명확한 대명사가 아닌 형용사들이 하나씩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꿈에 형용사가 붙으면서 나 또는 남들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들었습니다. 남들도 비슷한 것 같아요. 크리에이터 앞에 '섹시한'이 붙고, 광고 기획자 앞에 '남들이 기억할만한 10개' 이런 식으로 말이죠.
현재 저는 꿈이 무엇인지 정하지 못하겠습니다. 시시각각 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꿈을 정해놓고 다른 길을 간다면 난감하잖아요.
그래도 하나 정해보자면 제 꿈은 '무엇이 되든 상상보다 좋은 것'입니다. 꿈이라는 명사에 형용사가 더해져 가듯, 단순히 명사로 끝나지 않고 '형용사=상상'이 붙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석 침목'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고합니다. 도저희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는 뜻인데, 제 꿈도 그렇게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역전되는 현상은 실제로 자주 일어난다고 합니다.
만약 누군가 꿈이 뭐예요? 질문하면 위에 적은 이야기들을 들으셔야 합니다. 기꺼이 들으실 준비가 되셨다면 물어봐주세요.
근데. 이 또한 변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