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느낀 순간 기록하기 #2 (스위스)
사실 이 글은 스위스 호스텔의 매력을 쓰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매력은 자연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제를 아래와 같이 살짝 바꿨습니다.
'스위스에서 느낀 가장 매력적인 순간은 자연입니다. 그런데 숨은 매력은 숙소에 있더라고요.'
우선 자연을 먼저 자랑하려고 합니다.
스위스에 처음 도착하고 인터라켄 숙소로 가는 길.
제 사진기는 쉴틈 없이 열일했습니다. 기차 안, 버스 안, 도로, 하늘.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스위스는 물가가 비싸서 호텔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대신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이는 호스텔을 이용했습니다. 인터라켄은 유명한 호스텔이 2군데 정도 있는데 한 곳은 이미 꽉 차서 버스 정류장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을 이용했습니다.
호스텔 체크인을 마치고 수영할 수 있는 곳을 물어보니 근처 호수로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옷만 얼른 갈아입고 호수로 향하니 말문이 막혔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수영하고 계셨습니다. 얼른 뛰어들었죠. 물 온도는 목욕탕 냉탕 느낌이었습니다. 엄청 차가웠지만 물 밖은 따뜻한 봄 날씨여서 추워지려 하면 피크닉 매트 위에 누워 테닝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글을 쓰며 오랜만에 사진을 보니 호수에 막 도착해서 느낀 전율이 되살아 납니다. 멍하니 산과 호수를 바라보다 빨리 수영해야겠다는 생각에 피크닉 매트를 잔디에 깔았습니다.
수영을 마치고 다음 날은 뮈렌을 향했습니다.
스위스의 산은 워낙 다양한 여행 영상과 사진을 접하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당연히 가야 하는 코스니까 가는 기분이었죠. 그래서 무슨 고집인지는 몰라도 처음에는 그냥 호수나 다시 갈까? 했습니다. 그래도 산은 가보자는 생각에 케이블 카를 30분 정도 탔던 것 같습니다.
가지 않았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요. 호수에 이어 산에 푹 빠져 결국 페러글라이딩까지 해버렸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습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한 달에 30번 정도는 비행하신다고 걱정말라셨습니다. 행복한 삶을 살고 계셨습니다.
저는 자연경관이 너무 좋으면 부모님 생각이 자연스럽게 납니다. 산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은 국내 산만 다니셔서 이런 경치는 못 보셨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님과 함께 온 관광객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저만 보기 불효스러운 하늘, 산, 나무, 강이 지천에 널린 것이 스위스인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스위스에서 겪은 가장 매력적인 순간은 호스텔 그중에서도 주방에서 벌어졌습니다.
비싼 물가 때문에 호텔에서 묶지 못해 모인 각 국의 청년들은 저녁이 되면 주방으로 모입니다. 식재료는 근처 마트에서 구매합니다. 그렇게 준비한 각 나라의 재료들을 부족한 조리 도구를 사용해 요리를 시작합니다. 좁은 주방, 부족한 도구로 서로 기다리고 빌려주며 유대를 형성합니다.
재밌는 순간은 그때 발생합니다. 사실 안보는 척하지만 옆 나라 친구가 어떤 음식을 만드는지 다들 힐끔힐끔 쳐다봅니다. 쟤는 파스타를 만드는구나. 역시 한국인은 삼겹살에 라면이 최고지. 저 친구는 샌드위치에 독일 맥주네. 그러다 서로 바꿔 먹고는 합니다. 저는 낯가려서 바꿔 먹자고 못했지만 그렇게 스위스 숙소는 각국의 요리로 가득 찹니다.
그렇게 정말 의외에 공간에서 교류는 시작됩니다. 언어가 서툰 친구들은 맛있다는 얘기를 밝은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하고, 어떤 친구들은 정말 음식만 교류하며, 또 한 무리는 서로의 여행 정보를 교환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호스텔은 묵었지만 스위스는 유독 교류가 빈번한 것 같습니다. 슬프게도 비싼 식당의 물가가 한몫을 했죠.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나 자연인 것 같습니다. 경외로운 자연 경관을 보고 와서 그런지 친구들이 긍정적입니다. 그리고 애초에 액티비티를 즐기러온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대부분 유쾌하기 때문이죠.
나중에 스위스를 가신다면 한국 요리를 조금 배워가시는 것을 어떨까요?
그리고 프라이팬을 빌리러 온 타국 친구들에게 음식을 나눠주세요. 혹시 모르죠 음식을 나눠주며 그들만 아는 스위스 꿀팁을 전달 받을 수도 있자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