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지막 황제를 보고

주말이 떠나는 것이 아쉬워 영화를 봅니다 #1

by gote

백수 시절에는 주말도 평일이고 평일도 주말이라 그 소중함을 몰랐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며 주말의 유한성을 실감하고 이렇게 글로 남겨보려 합니다.


주말이 떠나는 것이 아쉬워 영화를 봅니다.
(부제 겁나 길다.)
#1 마지막 황제를 보게 된 경위

2018년 9월 16일 회현역 뒤편에 위치한 PIKNIC을 방문했습니다.

이 곳은 서울과 여수 그리고 속초가 함께하는 공간입니다.

서울과 여수 그리고 속초가 함께 했던 횟집 골목을 지나 피크닉에 도착했습니다.

일본 여자분을 찍으려고한 것은 아니에요 ㅠ

우선 PIKNIC을 사람들이 엄청 가길래 검색을 해봤고

류이치 사카모토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서 여자 친구를 졸라서 방문했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어린시절

처음 지하를 통해 전시장에 입장하면

3개의 스크린을 통해 류이치 사카모토가 작업한 영화와 지휘를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요 스크린을 통해서 마지막 황제 클립 영상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저는 노란색을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색감이 이쁘네요..

이 화면을 보고 집에 돌아가서 마지막 황제를 봐야겠다!라고 결심을 합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입니다.

네! 바로 '몽상가들'을 찍은 감독이죠.

이 감독님은 1980년대 오리엔탈리즘에 경도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청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한
<마지막 황제>를 찍게 되죠.

그래서 그런지 청나라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온통 영어로 연기를 합니다.


마지막 황제는 제목 그대로 중국의 마지막 황제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러닝 타임도 162분이나 됩니다.

(아침에 틀어놓고 중간에 낮잠 한 번 자고 이어서 보았습니다.)

3살 푸이의 대관식을 시작으로 푸이의 죽음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는 푸이의 삶을 연민의 정으로 바라보게 찍은 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지내고 자신을 키워주던 유모와도 결국 헤어지고 끝으로는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죠.

이 영화는 결국 상실의 연속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랑, 조국, 가족, 명예, 삶을 잃는 영화입니다.


다만, 저는 너무 푸이의 삶이 미화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푸이는 단순히 만주국 또는 중국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되찾으려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입지를 잃지 않기 위해 일본과 손을 잡고 결국 이용당합니다.


물론, 중국의 황제가 자금성의 정원사로 몰락하는 상황은 연민을 자극하지만 일반 서민에게는 배부른 소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 중국의 상황은 어려움의 연속이지만 푸이는 자금성에서 테니스를 치고 있더라고요.


#2. 영화의 묘미

이 영화의 묘미는 역시나 80대 영화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은 영상미.

그리고 자금성안에서 실제로 촬영한 만큼 놀라운 스케일.

마지막으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입니다.


Ryuichi Sakamoto _ RAIN

https://youtu.be/e2k4PWONj7g

딱 들어보시면 아.... 하시죠?

푸이의 둘째 부인 문수는 차를 타고 가며 남편인 황제 푸이에게 말합니다.

"이혼하고 싶어요"

푸이는 쓸쓸함에 대해 몰랐다고 미안한 감정을 내비치지만 이혼할 수 없다고 합니다.

결국 문수는 비 오는 날 밤 도망을 칩니다.

하인이 건네는 우산도 마다하고 해방감에 행복한 표정을 지어요.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결국 도망치는 두 번째 아내 문수.

자유를 향해 뛰어나가는 그 장면에서 짧게 끊어 연주하는 피아노는 차가움도 느껴지고 바이올린은 먼가 여운을 남깁니다.

먼가 푸이가 앞으로 겪게 되는 암울한 상황도 느껴지고요.


결국 이 음악으로 류이치 사카모토는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습니다.


영화의 스케일은 요 2장으로 요약은 안되지만 올려봅니다.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니까요!

정말 대륙 대륙 스럽고 색감도 이뻐요! 보는 내내 와...라는 감탄을 쏟게 됩니다.

중국에서 자금성 촬영을 허락해주었기에 가능한...


P.S 이 영화에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출연했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 사람 어디서 봤는데.. 봤는데.. 했는데 류이치 사카모토였어요!

연기도 잘하네요.

황제를 조종했던 일본군. 그리고 일본이 폐망하자 총으로 자살을 하는 역으로 나와요!


끝으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마지막 장면을 보여드리고 이번 주말은 끝!

황제 푸이

황제 푸이 그리고

정원사 푸이.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들어가려 하자 경비원 아들이 뛰어와 막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누구냐는 질문에 "난 중국의 황제였단다"라고 씁쓸하게 웃으며 얘기하죠.

그리고 증명하라는 그의 말에 푸이는 약 50년 만에 의자에 다시 앉습니다.


당신의 주말 '마지막 황제'를 보며 마무리해보는 것은 어떤가요?

덧없는 삶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퇴근 후 바라본 그 날의 첫 하늘은 너무나도 까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