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출근과 더불어 아이의 등원길.
나는 어느새 임신 8개월 차로 부른 배를 하고 배웅을 하기 위해 서있는데 아이가 신발을 갈아 신다 말고 정말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아빠랑 엄마는 왜 결혼했어?"
아침에 유산균을 먹고 나가고 싶다거나 좋아하는 캐릭터 얘기를 조잘대다가 정말 뜬금없는 질문이었기에 놀랐고 그 짧은 시간 내에 머리를 굴려봤지만 뻔한 대답밖에 생각이 나질 않았다.
-아빠한테 물어봐
나는 남편에게 떠넘겼다. (지금 생각해 보니 뭐라고 답하는지 궁금해서였던 것 같기도 하다)
"아빠, 아빠랑 엄마는 왜 결혼한 거야?"
-Because, I couldn't live without mommy
"그게 무슨 뜻이야?"
-아빠는 엄마 없인 살 수 없다는 뜻이지.
언제나 그렇듯(말은 잘한다), 남편의 1초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에 기뻤다.
흠잡을 데 없는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그런 대화를 서로 안 해본 것도 아니었는데 왠지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나온 심플한 질문에 맞춘 군더더기 없는 대답이었달까. 구구절절 그 어떤 사랑의 메시지보다 새삼, 그 사람의 진심이 훅 다가왔다.
이제 4세가 된 딸아이의 말발을 종종 못 당해낸다.
가끔 부조리하게 혼자 열폭하는 내 언어까지 고스란히 닮아 따박따박 따지고 들 때면 난감할 때도 있지만 혼란스러울 다언어환경에서 잘 커준, 이리 사랑스럽고 야무진 딸아이의 질문력에 뜨겁지만 행복한 월요일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