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말, 말, 말.
요즘 종종 딸에게 그럴만한 데시벨보다 더 크게 화를 내버리곤 한다.
무더위니까, 임신 후기니까 라는 핑계를 그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댈 수 없을 만큼 화를 내고 난 기분은 너무나도 처참하고 속상하다.
밥을 남긴다던가, 장난감을 어질러놓는다든가 가령 그런 것들인데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밥을 남길 때면,
애써 엄마가 만드는 과정과 재료들을 사기 위해 엄마 아빠가 직장에서 고군분투해야 하는 노동의 대가, 그리고 그 재료들을 생산해 내는 생산자의 수고까지 가르치려 들면서 혼자 에스컬레이터 타고 화를 저 끝까지 내고 있다. 부당하다. 오은영 박사님이 뭐라고 할지 상상이 가면서도 제어가 안된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속수무책으로 울기만 하거나 다른 방에 들어가 혼자 콕 처박혀서 나오지 않았을 어렸던 내 딸은 요즘 뭔가 달라졌다.
화를 내버린 나 자신이 미워서 묵묵히 반성하며 빨래를 개고 있는 내 옆에 콧노래를 부르며 슬며시 다가와 같이 빨래를 개 준다 던 지, 얼마 전엔 노란색 색종이로 네 잎클로버를 접어 아직 씩씩 거리는 내 손에 쥐어주었다.
-이게 뭐야
"네 잎클로버"
-갑자기 왜
"밖에는 세 잎클로버 밖에 없으니까 내가 네 잎클로버 만들어서 엄마 주려고"
딸은 나를 늘 보고 있었다.
산책 나갈 때마다 아파트 풀숲 가득 피어있는 세 잎클로버 사이를 두리번거리며 늘 네 잎클로버를 찾고 있었던 엄마의 눈을, 마음을.
내 한 뼘만큼 밖에 되지 않는 작은 가슴을 가진 저 아이가 넓은 마음으로 내 밴댕이소갈딱지 같은 그릇을 얼러줄 때면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