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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summer Jul 22. 2024

딸의 질문력

남편의 출근과 더불어 아이의 등원길.

나는 어느새 임신 8개월 차로 부른 배를 하고 배웅을 하기 위해 서있는데 아이가 신발을 갈아 신다 말고 정말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아빠랑 엄마는 왜 결혼했어?"


아침에 유산균을 먹고 나가고 싶다거나 좋아하는 캐릭터 얘기를 조잘대다가 정말 뜬금없는 질문이었기에 놀랐고 그 짧은 시간 내에 머리를 굴려봤지만 뻔한 대답밖에 생각이 나질 않았다.

-아빠한테 물어봐

나는 남편에게 떠넘겼다. (지금 생각해 보니 뭐라고 답하는지 궁금해서였던 것 같기도 하다)


"아빠, 아빠랑 엄마는 왜 결혼한 거야?"

-Because, I couldn't live without mommy

"그게 무슨 뜻이야?"

-아빠는 엄마 없인 살 수 없다는 뜻이지.


언제나 그렇듯(말은 잘한다), 남편의 1초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에 기뻤다.

흠잡을 데 없는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그런 대화를 서로 안 해본 것도 아니었는데 왠지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나온 심플한 질문에 맞춘 군더더기 없는 대답이었달까. 구구절절 그 어떤 사랑의 메시지보다 새삼, 그 사람의 진심이 훅 다가왔다.



이제 4세가 된 딸아이의 말발을 종종 못 당해낸다.

가끔 부조리하게 혼자 열폭하는 내 언어까지 고스란히 닮아 따박따박 따지고 들 때면 난감할 때도 있지만 혼란스러울 다언어환경에서 잘 커준, 이리 사랑스럽고 야무진 딸아이의 질문력에 뜨겁지만 행복한 월요일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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