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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비안 Jan 18. 2017

[공연 후기] 아벨 콰르텟 제 2회 정기연주회

Concert : All Joseph 'Papa' Haydn

2017. 01. 13 (금) 오후 8시 / 세종문화회관 챔버홀
프로그램
Joseph Haydn (1732-1809)
String Quartet No. 29 in G Major <How do you do?>, Op. 33/5
String Quartet No. 53 in D Major <Lark>, Op. 64/5
String Quartet No. 59 in g minor <Rider>, Op. 74/3
바이올리니스트 윤은솔님과

지난 해 여름 첫 단독 정기 연주회를 열었던 아벨 콰르텟이, 새해가 되자마자 새해인사를 나누려는 듯, 두번째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첫번째 정기 연주회의 프로그램은 아마도 그들을 소개하는 자리였기에 고전과 낭만시대, 현대를 아우르는 레파토리를 보였던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그때 들었던 연주들 중, 모차르트와 앵콜로 보여주었던 하이든의 곡이 가장 인상이 깊게 남아있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그 앵콜로 보여주었던 하이든의 <말타는 기수Rider>의 마지막 악장은 아마 이 연주를 위한 맛보기 예고편이 아니었나 싶다.


하이든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 팀이 연주했던 그 때의 말타는 기수 4악장은 굉장히 강렬했고 박진감이 넘쳤다. 이번 정기연주회에서는 그 곡을 전곡 중 마지막 악장으로서 앵콜로서의 마무리가 아니라 본 연주회의 마무리로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설렜다.


설레었던 만큼 놀란 세 가지 오늘 연주의 포인트!

1. 바이올리니스트 한명이 교체되어 (일단은 객원으로..?) 박수현님이 새로 들어왔다

2. 그렇게 멤버가 교체된 시점은 3위로 입상을 했던 스위스 제네바 콩쿠르의 불과 3주 전...

3. 그 콩쿠르의 상금으로, 하이든 시대의 음악을 재현하기 위해 사용하던 활, 바로크 활을 구입하여 연주...... 

3-1. 심지어 첼리스트 조형준님은 바로크 세팅으로 첼로의 엔드핀을 없애고, 첼로의 양 다리 사이에 끼우고 연주를 했다. 이거 정말 힘 많이 드는데... 나도 나중에 한번 스케일 연습할 때 해봐야지.



String Quartet No. 29 in G Major <How do you do?>, Op. 33/5

아벨 콰르텟의 새해 인사다. 이번 프로그램의 곡들이 모두 표제가 붙어 있길래... 사실 표제적인 음악을 처음 쓴건 베토벤으로 알고 있는데 하이든이 먼저 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인터뷰를 통해 이 제목들이 모두 당시의 관객이나 평론가들 또는 후대 사람들에 의해 붙여졌다고 한다.

바로크 활의 표현이 확실히 도드라진다고 느껴졌던 연주였다. 활대의 생김새와 활털의 양 차이로부터 이미 모던 활이 낼 수 있는 진하고 강한 소리를 표현하기보다는 훨씬 친밀한, 확실히 고전시대 음악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겠지... 라는 생각이 들며 시대 음악에 조금 더 가깝게 접근하려던 아벨 콰르텟의 의도가 느껴질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4악장 후반부에 첼로의 어마어마한 길고 복잡한 스케일이 나오는 부분에서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엔드핀 없이 첼로와 리얼 한 몸이 된 조형준님의 날라다니는 바로크 활... 


String Quartet No. 53 in D Major <Lark>, Op. 64/5

대학교 1학년 때 첼로를 처음 배우면서 선배가 현악사중주 곡을 골라오면 팀을 꾸리자, 고 얘기했어서 레슨 선생님에게 물어봤다. 현악사중주 쉽고 사람들이 많이 알만한 게 뭐가 있냐고. (물론 지금 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어떤 현악사중주도 쉽지 않다) 선생님은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직이나 하이든의 바로 이 곡을 알려주셨고, 그 길로 바로 악보를 보고 내린 결론 : 

1. 그 때의 나로서는 둘 다 못 할 것이고 하이든은 더더욱 말도 안되는 곡이었다. 셋잇단음표로 연주자 넷이 하나되어 몰아치는 부분... 허허

2. 그 선배의 제안을 거절하고 열심히 레슨이나 받아서 언제 올지 모르는 이 곡을 연주할 날을 기약하자던 것

지금 와서 이 곡을 그 선배가 하자고 하면 내가 만약에 그 악보를 따라갈 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난 여전히 거절할 것 같다.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이유로..., 그리고 그 이유는 퍼스트 바이올린의 첫 세 음이다.


종달새가 된 당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윤은솔님의 지저귀는 새소리는 이 자리에 와야만 했던 몇 가지 이유중 하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String Quartet No. 59 in g minor <Rider>, Op. 74/3 / https://youtu.be/F8rdK0XpJoA

그렇게 전곡을 들을 수 있게 된 오늘의 하이라이트이자, 아벨 콰르텟을 아벨 콰르텟답게 하는 최고의 친구, 말타는 기수의 차례가 돌아왔다. 저번 연주의 앵콜은 4악장이었는데 예고편을 6개월 기다려서 본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지난 연주 후기를 다시 살펴봤는데 내가 이런 말을 했던게 아닌가...

'다음 정기 연주회에는 오늘 보였던 이 앵콜들, 한 악장씩만 감질나게 풀지 말고 전곡을 해주셔야 하지 않겠냐?'

소망이 성취된 기분으로 다시금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다.

바로크 보우와 모던 보우의 가장 큰 차이를 느낄 수 있기도 했다. 유튜브에만 가도 하이든 콩쿠르 우승 시 연주했던 이 곡 전 곡이 영상으로 올라와 있었기에. 사실 지난 연주의 앵콜로 들었을 때는 모르는 곡이었어서 '음... 베토벤 곡 같은데 굉장히 밝군!' 이라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하이든 곡인 것을 뒤늦게 알았다.

활을 바꾸고 힘의 구조를 바꾸니 그때처럼 강렬한 맛이 쏙 사라지긴 했지만, 힘을 인위적으로 줘도 잘 들어가지 않는 것 같은 바로크 활은 오히려 리듬감과 산뜻한 느낌을 더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앵콜로 세 곡의 하이든을 더 보여주었지만, 그 중에서 이 날 이 연주장을 가장 값지게 만든 순간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현악 사중주 30번, 작품번호 33/2 '농담'이라는 부제를 가진 곡의 4악장, 나처럼 이 곡을 처음 듣는 관객들은 굉장히 어리둥절했던 장면이 펼쳐졌다. 곡의 끝인 것처럼 마무리를 짓는 줄 알고 박수를 치려던 순간 화음이 한번 더 나오고, (멈칫하길 참 다행이었지) 다시 곡이 진행이 되는가 싶더니 같은 장면이 한번 더 반복 되며 다시 멈춤. 원래 곡이 이렇게 쓰여있었으리라 생각이 들긴 했지만 실제로 눈 앞에서 네 명의 연주자가 웃는 눈짓과 올라가는 입꼬리를 보고 있자니, 너무 그 모습이 예쁘고 행복해보여서 덩달아 행복해졌다.


그렇게 아벨 콰르텟은 관객과의 밀당을 두번, 세번 하다가 작아지며 키득키득 속삭였다.


오늘 연주는 여기까지예요. 즐거우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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