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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Jun 05. 2022

해방의 끝에서

우리들의 제주 해방일지

Day 06


어느 때보다 긴 국내 여행 그리고 오랜만의 여행이었다. 시원하게 5박 6일 제주도를 가다 보니 “너는 회사를 다니는 게 맞아?”라는 의심을(?) 받기도 했을만큼.


몇 해 전부터 거의 매년 제주를 왔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여권 도장 꽝꽝 가득 채웠을 것이다. 물론 이제는 만료된지도 모르고 구석에 박혀 있었지만.


국내든 해외든, 각 잡고 온 여행이든, 하루 살이 나들이든 혹은 잠깐의 마실이라도 문 밖을 나서는 모든 순간을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살려한다. 오늘은 또 어떤 재미난 순간을 마주할까 무엇을 배우고 기록하고 싶을까 기대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하루라는 건 없으니까.


디스이즈 한나(쓰레기 버리는거 아니고 줍는 중) 제주 보름왓.

본격적으로 긴 글을 써내기 시작한 것은 대학을 졸업하며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7주 정도의 유럽여행을 다녀오면서부터다. 여행 글은 지금 인스타에 쓰는 매일의 단상이나 브런치의 시와는 또 다른 화자, ‘한나’가 등장한다.


한나의 글은 그날그날을 여행에 무리되지 않게 기록하는 것을 제1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다소 정제되지 않은 의식의 흐름을 따른다. 그래서 같이 여행하는 듯한 날것의 매력이 있다고도 한다.(오랜 독자의 말이다.)

유독 쭈그려 앉아 무언가를 보고 있는 사진이 많았던 여행

여행을 마치며  여행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가, 어떤 기억의 힘이  것인가 생각해 본다. 유독 아무런 생각 없이 바다나 숲을 바라보는 시간, 그러니 말도 하지 않던 침묵의 시간이 많았던 여행이다. 무엇인가를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며, 누군가를 이끌고 챙기고 영향을 주고, 질문하고 사유하는 서울의 은지가 아니었다. 다이어리가 없으니 당장 며칠 후의 일정도 생각하지 않았고, 지금  옆의   사람만을 챙겼을  카톡이나 인스타는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가득  사유보단 비워진 공간에서 유영하는 한나였다. 함덕의 푸른 바다 위에 뒤로 둥둥 떠서 하늘을 보고, 한라수목원 나무벤치에 앉아 새소리를 듣고, 까만 바닷가를 천천히 거닐며 그저 노래를 불렀다.


요즘 “나의 성숙은, 나를 넘어서는 이란 말을 자주 한다. 다른 이와의 비교를 통해서가 아니라 기존의 해묵은 나에게 고착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관성은 인지하지 못하는 찰나에 들러 붙는다. 감정과 감성, 성품, 영성, 지성, 체력, 실력, 말과 언어 그리고 관계. 모든 면에서 조금  깊어지고 넓어지고 싶단 욕심을 내고 있다.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감각하는 일, 몰랐던 나와 너를 알아가는 일을 좋아한다. 이런 나도 저런 나도 그저 재미난 파도인 것을! 흔들리는 보드 위 발이 아닌 앞에 펼쳐진 멋진 해변과 하늘을 바라보자. 우리들의 제주 해방일지 끝! 잘 돌아왔으니 또 잘 살아보자고.

에필로그-구름 옆 대화

“희수야 여행 어땠어?”

••“순식간이었어요.”

“너는 여행을 왜 다니니?”

••“떠나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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