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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Apr 07. 2023

겹겹이 아로새기며 <오늘의 시>

4월의 황매화에게 보내는 시

저 노란 꽃은 뭐야?

개나리인가?


너를 묻는 친구에게

나는 너를 소개하지 못했다


작년에 외우지 못했던 네 이름을

올해도 떠올리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호명되지 않아

노오랗게 존재하지 않았던 너를

나의 세계로 다시 초대하고 싶다고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오롯한 다섯 잎이

풍성한 겹겹을 이룰 때


기지개를 켜는 기쁨도

숨죽여 움츠렸을 고독도

네가 너이기까지의

영겁의 시간을

나는 알지 못하였던 까닭에


그저 너의 몸뚱이 사이사이

팔과 팔, 눈과 눈, 발과 발 사이의 겹을 어루만지며

아로새길 뿐이다


담장을 타고 기어이

살아나 준 기적을

나는 너라고 부르련다

황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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