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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표 Jan 13. 2021

스타트업의 회사소개서

취준생의 이력서 같은

스타트업의 회사소개서와 취준생의 이력서. 공통점은 무엇일까?  


"열정은 가득한데, 쓸 말이 없다."

.....막막.....

9년 전, 첫 인턴 지원을 위해 시작한 레주메 쓰기는 말 그대로 막막했다. 길고 화려한 경력을 가진 선배의 레주메를 표본으로 받아보니, 더욱 움츠러들었다. 경력이 없는데 경력 칸이 제일 길어야 하는 아이러니라니. 결국 나는 동아리 활동에서 했던 감투를 쪼개서 나열하고, 학부 수업 팀플 내용까지 열거하며 꾸역꾸역 채워냈었다. 내 잠재력과 열정은 이렇게 넘치는데 레주메는 도대체 채워지기는 하는 거냐고 푸념하던 나에게, 글로벌 금융사의 임원이었던 이모는 '조만간 내용이 너무 많아서 뭘 지워야 할지 고민하게 될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 했다.


그때는 그 말이 참 꿈같았는데, 회사를 나오면서 레주메를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보니 참 맞는 말이었다. 구구절절한 학부생 때 경험은 이제 적지도 않고, 자부심 가지게 했던 인턴 때 경험은 한 줄로 요약해도 이제는 채워지다 못해 넘치는 레주메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눈앞에 놓인 백지

그렇지만 삶이 참 재밌는게, 그렇게 레주메가 채워지고 나니 다시 비어있는 회사소개서를 마주하게 되었다. 9년 전의 막막함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빈 공간을 빽빽하게 채워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가 조금 성장해있다면 매출 성과나 채널 입점 이력, 히스토리 등 추가해야 할 내용이 많지만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첫 "회사소개서"라면, 공통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항목은 아래 6가지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1) 회사 개요 : 회사명, 주요 서비스, 주요 사업, 대표자, 설립일, 주소, 웹페이지, 로고 등 간단한 개요를 소개한다.


(2) MVVS Setting : Mission Statement / Vision / Core Values / Slogan 세팅. MVVS 세팅은 이 회사의 방향성과 어떤 시장에서 어디까지 성장할 것인지 보여주는 중요한 장표이다. 구글링을 통해 다른 회사의 MVVS를 벤치 마크하며 정리하다 보면 막연했던 목표가 구체화된다.


(3) Founder & Team members : Founder인 본인 및 함께하는 팀 멤버의 이력 작성. 내가 놓쳤던 포인트 중 하나였다. 회사원일 때에는 명함 하나로 내가 설명이 되었기 때문에, 굳이 설명해야 하는지 싶었고 부끄러웠는데,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들은 우리를 모른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왜 이 비즈니스를 해내고 말 것인지를 설명해야 그들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4) Market data & background : 이 마켓이 어떤지, 고객의 pain point 및 unmet needs는 어떠한지 설명하는 장표. 그래프 및 숫자를 이용하되, 임팩트 있는 메시지만 강조하면 된다.


(5) 브랜드 & 서비스(제품) : 1번부터 4번까지 호기심과 믿음을 쌓았다면, 5번에서 본격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창업했는지, 우리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와 컨셉을 슬로건과 함께 보여주고, 제품 및 서비스를 단계별로 세세하게 설명한다. 이 모든 스텝들이 하나의 Mission Statement로 연결이 되어야 한다.


(6) 타임라인 (단기 / 중장기) : 청자에게 요청하는 내용에 따라서 단기 및 중장기 타임라인을 제시한다. 이 기간까지 우리는 해내야만 하겠다는 구체적인 의지를 보여준다.


누가 들을 것인가?

공통 사항에 대한 작성이 마무리되었다면 이제 청자/목적에 따라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크게 협력업체용과 투자자용으로 나눌 수 있다.


* 협력업체용 : 협력업체는 우리 사업에 필요한 일을 전문적으로 대행해주어야 한다. 그렇기에 어떤 부분을 어떻게 대행해주었으면 좋겠는지, 정확하게 원하는 스펙과 단기 타임라인을 제안해야 한다. 물론 아직은 정확하게 원하는 스펙을 그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벤치마킹할 샘플이라도 들고 가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당연하게도, 협력업체는 그 업계에 잔뼈가 굵은 곳이고 우리는 이제 막 시작하는 갓난아기다. 우리가 당장 업무를 대행해주는 값으로 돈을 지불한다고 해도, 그들이 지금 우리와 함께하기엔 이득보단 부담이 크기도 하다. 외주로 일을 대행하고 끝내는 IT 개발이나 세무회계, 특허업무 등의 일은 설득의 작업보다는 구체적인 방향 제안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제조업체의 경우, 어느 정도의 물량이 약속되어야 마진이 보전되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를 보여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어떤 채널에, 어떤 마케팅 활동으로 판매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 정도의 판매가 예측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도록 하자.


* 투자자용 : 투자자는 관점이 다르다. 이 회사가 성장할 것인지, 그럴 역량이 있는지, 경쟁자들 사이에서 치고 나올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4번 "Market data & background"에 꼭 경쟁자 분석 장표가 들어가야 한다. 그들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이고, 우리가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그것이 장기적인 우리의 무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 타임라인을 훨씬 중장기적으로 펼쳐서 우리의 목표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올라갈 것인지, 그렇기 때문에 얼마만큼의 자금이 꼭 필요한지를 어필하여야 한다.  


 

결국엔  원하는 곳으로 나아갈 발자국들

나에겐 참 재미있는 이력을 만드는 멋진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경영학 전공이지만 예술, 마케팅, 영업을 거쳐 지금은 미국의 내로라하는 학교에 프로그래밍을 배우러 갔다. 그녀는 6개월마다 레주메를 업데이트하고, 그 기간 동안 임팩트 있는 한 줄이 더해지지 않으면 움직인다. 그리하여 매순간 재밌고 멋진 경험을 채우기 위해 달린다. 우리 회사는 만들어진지 이제 3개월이 되어가고, 매일매일 작은 한 글자가 더해지고 있다. 그렇게 6개월쯤에는 임팩트 있는 한 줄, 그 이상이 있는 멋진 회사소개서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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