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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표 Apr 16. 2023

창업 500일 만에 EXIT 하는 비법

지나고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비법이 뭐냐니까요

대학생 때 열심히 활동하던 창업동아리는 그 이름에 맞게, 꽤 대단한 현업 선배님들을 모시고 강연이나 술자리를 자주 마련했었다. 어디 가서 듣기 힘든 그분들의 솔직한 경험담을 듣고 있자면, 그저 엄청나다는 생각뿐이었다. 네이버 창립멤버부터 이름을 대면 알만한 스타트업 대표까지, 그들이 겪어온 문제들과 해결 스토리는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나이가 많아봐야 기껏 20대 중반이었던 우리들은 많은 질문들을 했는데 -어떻게 창업 아이디어를 얻으셨어요, 어떻게 그렇게 좋은 창업멤버를 모으셨어요, 그런 기회를 어떻게 알아보고 얻으셨어요 같은- 대부분의 대답은 "운이 좋았다"로 시작되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꽤 불만이었다. "운이 좋았다"라는 말은, 앉아서 운을 기다렸다는 말인지, 아니면 운을 좋게 하기 위해 기도라도 했다는 건지, 도무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벤치마킹할 요소가 별로 없다고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운이 좋았어요"

그리고 그로부터 10여 년이 넘게 지난 지금, 얼마 전 스타트업 관련 모임에서 이제 갓 창업하신 분의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EXIT 하게 되셨어요? "라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운이 좋았어요"라고 대답했을 때, 그제야 그 의미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누구나 그러겠지만 나 또한 창업의 모든 순간마다 자신할 정도로, '언제나 끝까지 최선'을 다했었다. 그리고 그 여정을 끝내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면 망하진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창업했다"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건조한 축하와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엑싯했다"라고 했을 땐 진심으로 놀라며, '사실 창업해서 잘 된 케이스를 잘 못 봤는데 어떻게 그렇게 되었냐'라고 묻는다. 그리고 그제야 '최선을 다할 때 작은 운이라도 만나면 된다' 라는 의미에서 <운이 좋았어요> 라는 대답이 나오게 된다.



벽돌을 쌓는 일

스물네살에 처음 화장을 제대로 배웠는데, 파운데이션을 가장 예쁘게 올리는 법은 "얇게 여러 번 덧바르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건 마치 인생의 진리와 같았다. 공들인 결과물은 한방에 나오는 법이 없고, 얇게 여러 번 쌓아 올려야만 한다.

얼마 전, 여의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여성 채권중개인분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었다. 직업에 성별 없고 귀천 없다지만, 여전히 영업 업력 굵은 여성은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더 반가운 마음에 영업 에피소드를 함께 풀어냈는데, 그분도 비슷한 말을 했다. "물론 한방에 쌓으면 쉽고, 또 빠르게 큰돈을 벌기도 해요. 그렇지만 저에게 영업은 언제나 벽돌 쌓기였어요. 그 낱장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면 언제나 단단한 경험과 실적이 되더라고요"




팔자에 맞게 사는 일

사람 팔자라는 건, 사실 물이 계속 같은 방향으로 흐르다 보니 생기는 물길 같은 게 아닐까 싶다. 흐르는 대로 살아도 원하는 정도는 이루었던 사람은 계속해서 흐르는 대로 살게 되고, 최선을 다 해 성공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항상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최선을 다 했을 때 운을 주신 건, 앞으로도 또 최선을 다해 살아가라는 팔자인가 보다 싶다. 과학으로 얘기하자면 "뇌의 신경 경로"가 이렇게 세팅된 셈이다.

과학자들은 생각이 실제로 뇌의 물리적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경가소성'이라고 하는 이 현상은 인간 정신을 이해하는 데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한다.
그러는 동안 뇌는 끊임없이 신경 경로를 만들고 재조정한다. 이 신경 경로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좌우한다. 다행인 점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로를 수정하게끔 생각의 방향을 튼다는 점이다. 그렇게 생각을 자신의 뜻대로 형성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자기 대화를 통해서다. (시작의 기술)

창업 500일 만에, 그리고 투자시장이 얼어붙기 직전에 좋은 조건에 엑싯할 수 있었던 것도, 좋은 멘토와 수의사 아빠,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만나서 0에서 시작한 브랜드가월 천만 원 매출을 빠르게 찍고 팔 수 있을 정도가 되었던 것도, 단단하게 믿고 서포트해 준 남편과 부모님들 덕분에 즐겁게 완주할 수 있었던 것도, 첫 시작을 부담 없이 내딛을 수 있게 해 준 정부지원사업도, 그 모든 순간이 사실 운이 좋았다. 그리고 또 최선을 다해 공들여 만든 일에는 운이 날아가지 않고 머물 확률이 높아지겠지 하는 마음에, 오늘도 최선을 다 하게 된다. 그러면 또 조만간 운이 좋은 때를 기쁘게 맞이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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