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인정해주기
만만치 않은 세상이다.
돌고 도는 세상이고 권선징악이라지만 생각보다 나쁜놈(년)들이 뻔뻔스럽게 더 잘 먹고 잘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렇다 세상이 그렇다. 신은 공평하다고 하지만 "신은 불공평해." 라고 중얼거린적이 더 많았고, 괜히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신' 이라는 자에게 "왜 저한테만 이런 시련을 주시는거에요!" 라며 내 문제를 떠넘겨 버리고 꾸역꾸역 하루를 보낸적도 있다.
며칠 전에도 그리고 몇 주 전에도, 몇 달 전에도, 몇년 전에도 그 반복되는 쳇바퀴 속을 돌고 돌았다.
심지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순간 마저도 그러하다. 매사가 암흑기마냥 짙진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끝날 것 같던 시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발악거렸고 4년이라는 긴 시간까지 멍청스럽게 허락해 버렸다.
생각이 생각에게 먹힌다는 느낌을 아는가? 분명 좋은 에너지와 긍정적인 생각들로 가득차 있었는데, 어떠한 좋지 못한 상황을 맞닥 뜨리면 순간적으로 나약해져 버린다. 가득차 있던 빛들은 언제 반짝였냐고 시치미떼듯, 새까만 생각들에게 지배당하기 일쑤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인지 뭔지 이런 모습의 나를 주변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평소 내 행실로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는지 혹여나 이런 모습을 보여주게 되거나 의도치 않게 들켜버리면 입을 벌리며 의아해 한다. 항상 잘 웃고, 밝고, 긍정적이고, 매사 열정적이고 엉뚱하고 발랄하기만 한 아이로 보아 왔을테니 말이다.
물론 저 모습들도 나의 모습이 맞다. 실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저 모습만 존재하는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 슬퍼하고, 아파하고, 분에 차있는 감정적인 순간의 모습도 분명 존재한다. 아니, 더 끔찍한 모습, 넝마같은 모습들도 존재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고픈 사람마냥 그런 내 모습을 보면 인정이 아닌 수긍조차 꺼려한다. 본인들도 이중적인 면, 다중적인 면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타인의 이면을 마주하면 고개를 갸웃하며 한 손으로는 내 어깨를 토닥이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안경을 쓰려하고 있다. 색안경 말이다. 그러곤 한마디 툭 내뱉는다.
"힘내. 너 그런애 아니잖아 밝은애잖아~너답지 않게 왜그래~"
라며 영혼없이 읊조린 척한다. 저 말이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아는사람은 알일이다. 순간적으로 '내가 꼬인건가? 나 다운게 뭐지? 착한아이 콤플렉스라도 있는건가? 한 없이 밝고만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나는건가? 뭐지? 왜 위로가 가식처럼 느껴지는 거지?' 라고 되려 나 자신에게 쏘아 붙여 댄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나 조차도 방향성을 잃고 서있는데 타인에게 이렇다 저렇다 라는 잣대를 들이미는 것 자체가 모순인가 싶기도 하고, 과연 나는 타인에게 그러한가? 라고 되물을 수 도 있겠다. 한손이 아닌 양손 모두로 타인의 어깨를 위로해 줄 수 있냐는 말이다. 지금의 나로써는 우물쭈물 거리며 침묵할것 같다. (모순쟁이...웃음)
굳이 상대방한테 그렇게까지 마음을 쏟아야해? 라고 묻는 이에겐 무어라 할말이 없지만 끊임없이 누군가와는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나 또는 당신에겐 가벼운 짐일 수 도 있겠다. 훗날 이 짐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 당장엔 알 수 없지만, 우선 오늘 밤은 이 모순 투성이인 나 자신부터 인정하고 양손으로 위로해줘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