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라자카에서 만난 할머니
도쿄에서 가장 먼저 친구가 되어준 존재는 길고양이였다. 아니 어쩌면 일명 '마당냥이'로 불리는, 주인이 있지만 마음대로 드나들게 놔둔 고양이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와세다 대학에서 가구라자카(神楽坂)까지 이어지는 어느 주택가에 살고 있던 이 고양이는 나를 보자마자 돌진해와서 머리를 비벼대고 궁둥이 팡팡을 요구하며 궁둥이를 돌려대더니 급기야 떼는 걸음마다 따라와 드러누워 '길막'을 했다.
나는 처음 본 인간에 대해 한없이 친근감을 드러내는 녀석이 예쁘면서도 마음이 아팠는데 그 이유는 서울에서 1년 좀 안 되게 돌보던 길고양이 가족을 다른 분께 부탁하고 떠나온 지 며칠도 채 지나지 않은 때였기 때문이다.
보면 볼수록 만지면 만질수록 서울의 고양이들이 그리워 외면하고 가려던 참에 어느 할머니가 우리 곁으로 다가와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미오짱, 미오짱."
"아, 이 고양이 이름이 미오짱인가요?"
"몰라. 그냥 내 맘대로 부른 거야."
"아... ."
"미오짱을 보고 있으니까 우리집 개가 생각나네. 우리 할아버지도 항상 그 애를 데리고 산책을 다녔어. 아무튼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
"지금은 없어요?"
"응, 죽었어."
이렇게 말하고 할머니는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
"그런데 어쩌다가?"
"집 앞에서 놀다가 지나가던 차에 치였어. 원래는 대문 밖으로 안 내보냈는데 그날따라. 내 잘못이야."
나 역시 심란하던 차에 연신 눈물을 훔치는 할머니를 보자니 남의 일 같지 않은 마음이 들어 조심스럽게 여쭸다.
"강아지가 언제 그렇게 된 거예요?"
"50년 됐어."
하긴 어떤 기억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엊그제 일처럼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