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집 근처에 있는 이케아에 왔다. 지정학적으로 롯데몰과 스타필드, 이케아가 삼각편대로 포진해 있어서 자의 반 타의 반 오래전부터 아내의 손에 이끌려 쇼핑을 나가곤 했다. 아내와 금실이 좋아서 그런가 보다 상상할 수도 있겠으나 딱히 그 이유는 아니다. 아내가 운전을 못하기 때문에 운전기사로 오게 되는 것이다. 아내는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서 17년째 준비 중이다. 작년에는 16년 만에 드디어 필기 문제집을 샀다. 내 생각엔 아마 딸이 먼저 면허를 취득할 것 같다.
복합 쇼핑 몰에는 영, 유아를 동반한 신혼부부나 초보 부모들이 많이 온다. 쇼핑과 식사가 동시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역시 어린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들이 나들이를 왔다. 떼를 쓰는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밥을 먹이는 모습을 보니 우리 아이들 어릴 때가 생각났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육아의 시간들. 앞에 앉아 있던 젊은 부부도 아이들 케어 때문인지 표정이 지쳐 보인다. 아이들을 야단을 치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지만 소용없다. 육아라는 중노동을 이겨내는 훌륭한 부모들......
딸아이와 아이엄마는 30분째 전쟁 중이고아빠는 아들에게 까꿍을 연발하며 열일하고 있다. 이 얼마나 위대한 애국이던가? 쉽지 않은 일이다. 국가에서 공로상이라도 줘야 한다. 푸드코드 한편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모처럼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이 시간이 싫지 않다. 쇼핑 4시간이 지나서야 드디어 아내와 딸이 나타났다. 아내의 손에는 아들 책상 위에 놓을 13,000원짜리 조그만 스탠드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2천 원 할인받으려고 30분 동안 기다렸다가 회원가입을 해서 할인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내가 10,000원짜리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