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well-dying)

어떻게 죽을 것인가?

by JJ

오랜만에 느껴보는 명절연휴의 여유로움이다. 한가하다는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언제 인지 모르겠다. 군대를 제대하고 직장에 취업을 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다 보니 이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사랑하는 부모님과 형님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어렸을 때의 명절을 떠올리면 차례, 송편, 전 부치기, 연날리기, 쥐불놀이, 친구들과 영화 보기, 시장 가서 옷 사러 가기..... 이런 장면들이 떠오른다. 지금은 명절의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시내에 나가보니 길거리 공연도 많고 다문화시대에 맞게 외국인들을 위한 행사들도 다채롭다. 차례를 지내거나 벌초를 하지 않고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도 많다.


이번 명절은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친지들을 찾아뵈었다. 코흘리개 때부터 나를 예뻐해 주시고 보살펴 주신 분들이다. 그분들에게 나는 여전히 코흘리개 아이로 기억이 되고 있다. 말씀을 듣다 보면 어렴풋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옛날이야기를 들을 때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지금은 노쇠하시고 병마와 싸우며 누워계시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고 마음이 좋지 않다. 나의 부모님과 형님처럼 같은 여정을 밟고 계시는 것이다.


어떤 사람도 피해 갈 수 없는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 죽을 일만 남았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죽음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두렵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영원히 살 수 없고 반드시 죽는다. 그래서 더 소중하게 하루를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문득 나태하고 느슨해진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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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어떻게 사느냐에 몰두했다면 요즘은 어떻게 죽느냐에 대한 생각도 가끔 한다. 내 한 목숨 잘 먹고 잘 살다가 죽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사망해야 하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을 수 있다. 늙고 병들고 고통받다가 사망하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생로병사다. 늙고 병드는 것을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늙고 병들어 죽게 마련이다. 어쩌면 늙고 병들어 죽는 것도 행운이다. 불치의 병으로 유명을 달리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어린 나이에 사고로 생명을 잃는 분들도 계시지 않는가? 오래전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도 늙어 봤으면......"


병마와 싸우며 시한부 인생을 사시는 분이셨는데 가슴이 찡했다. 그렇다고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을 기뻐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은 죽음일까? 그것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내리지 못했다. 타인에게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주지 않으며 천천히 이별을 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상대도 이별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10대 때부터 고민해 왔던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아니 이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떻게 하면 최적화된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첫째,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하고 그다음은 남은 사람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않고 나의 죽음을 맞이하게 해야 한다. 시기가 언제든 하늘로 갈 때 미련 없이 쿨하게 갈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웰다잉 아닐까 싶다. 가족 때문에 행복했기 때문에 마지막에도 가족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예전에는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호스피스병동이라는 곳을 무섭게만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보다 작별 인사라도 하고 헤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래도 아직은 어떻게 살아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할 때다. 일상에서 자꾸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면 새롭지 않았던 것들이 새롭게 가공이 되고 그것은 삶의 활력이 되기도 한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맛집을 찾아내고, 새로운 카페를 가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글을 써야 한다. 좌우지간 새로움을 찾아야 한다. 죽기 전까지 그렇게 해야 한다.